[씨줄날줄] 대통령의 건강/김경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통령의 건강/김경홍 논설위원

입력 2005-05-25 00:00
수정 2005-05-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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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먼데일은 줄곧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고령을 물고 늘어졌다.TV토론에서 먼데일은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레이건은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삼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먼데일이 무슨 뜻이냐고 다그치자 레이건은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받아쳤다. 재미있고 통쾌한 응수가 아닐 수 없다.

말이야 그렇지만 고령이 대통령후보의 장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정을 수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통령후보는 국민들에게 건강진단서와 납세에 관한 자료를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건강은 대통령후보가 갖추어야 할 자격인 셈이다.

러시아의 경우는 대통령의 건강을 헌법에 적시하고 있다. 러시아 헌법 92조는 연방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쁠 때에는 임기만료 전에 권한이 중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 대통령이 입원하자 국가두마(하원)는 대통령의 건강증빙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우리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건강문제는 등장했다.1992년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는 줄곧 고령과 건강문제로 공격을 받았고,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역시 같은 이유로 정적들에게 시달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등산과 조깅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맨손체조하는 모습이 지면을 장식했던 것도 건강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고, 국민들은 건강한 대통령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느닷없는 노무현 대통령의 건강문제로 청와대 대변인과 대통령의 주치의가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해찬 총리가 기자들과의 만찬에서 “대통령은 허리가 좋지 않아 1시간 이상 앉아있지 못한다.”며 “골프를 한번 치고 나면 허리 통증이 2주간 가는 모양이더라. 디스크 수술이 깨끗하게 안 된 것 같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최고지도자의 건강상태 이상을 공표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총리가 ‘보안사항’인 대통령의 건강문제를, 그것도 나쁜 방향으로 거론했으니 평지풍파랄 수밖에.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2005-05-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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