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의 경쟁 상대를 뜻하는 말인 ‘라이벌’은 ‘강(River)’이란 단어에서 유래됐다. 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던 시절, 농경과 목축을 생업으로 삼던 고대인들에게 강물은 곧 생존과 연결되었다. 따라서 생명과도 같은 강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었고 ‘강물을 두고 싸우는 사이’라는 어원을 가진 ‘라이벌’이라는 말이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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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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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1960년대 중반, 미국 렌터카업체 에이비스는 업계 1위인 허츠에 도전하기 위해 이런 캠페인을 벌였다.‘우리는 렌터카에서 2등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를 이용할까요?’란 메시지가 담긴 캠페인이었다. 캠페인에서 강조한 것은 에이비스가 업계 2위라는 것이 아니라 2위이기에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고 이들은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먼저, 고객들에게 빌려줄 차를 세차해 놓았으며 재떨이를 깨끗하게 비웠고 기름을 가득 채웠다.
에이비스의 도전은 외형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외부적으로는 ‘에이비스는 렌터카에서 2위에 불과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그래서 우리는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키워드를 가슴에 새겼다. 게다가 ‘우리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후속 슬로건을 발표해 업계 2위인 자신들이 어찌 더 노력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지속적으로 고객들에게 호소해 나갔다.
최고의 경영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톰피터스는 “누군가 쫓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 경쟁사들과의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발전하고 성숙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경쟁사를 갖고 있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선 ‘축복’과도 같다. 시장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진보의 페달을 밟아나가기 때문이다.
페덱스(FedEx)의 성공에 위축되어가던 유피에스(UPS)가 신선한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둘의 경쟁으로 인해 시장은 더욱 발전했고 소비자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를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에이엠디와 인텔도 마찬가지다.CPU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했던 인텔은 자사를 능가하는 신제품으로 위협해오는 에이엠디와 경쟁을 벌였고, 시장에서는 관련 신기술들이 앞다퉈 쏟아지기 시작했다.
통신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1997년, 하나로텔레콤은 시내전화 시장의 100년 독점을 깨고 품질과 서비스를 통한 경쟁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시내전화 2위 사업자였던 하나로텔레콤은 1999년, 세계 최초로 비대칭 디지털가입자라인(ADSL)을 상용화시켜 그전까지 모뎀을 주요 수단으로 삼았던 통신 환경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신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통한 하나로텔레콤의 도전은 결국 국내 초고속인터넷이 급속하게 보급되는데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했다.
경쟁의 긍정적인 힘은 바로 서로 ‘상생’하는 데 있다.100m 달리기의 경쟁이 인간 한계능력을 확장시키자는 것이지 꼴찌를 탈락시키려는 데 있지 않다. 자연계의 모든 생물이 경쟁을 통해 진화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도전해볼 만한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 모두에게 축복이자 성공을 향한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상호 발전적 경쟁을 통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은 물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스스로를 끝없이 채찍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 사회가 상생의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1등만이 아닌 수많은 2등에게도 기회를 주고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결국 우리 모두가 성장하는 길이기도 하며, 이럴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5-04-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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