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환경친화적 보도를 기대한다/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옴부즈맨칼럼] 환경친화적 보도를 기대한다/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입력 2005-02-15 00:00
수정 200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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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것 같던 웰빙 열풍이 자연·생태 등의 코드로 연결되면서, 환경문제는 이제 주요한 삶의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을유년 정초부터 지율스님의 단식과 새만금공사 문제가 연일 뉴스의 머리부분을 장식했던 것도 이런 사회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며 벌였던 한 스님의 사투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극단적인 방법만이 통하는 우리 사회의 환경 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언론은 환경 문제에 대한 의제설정과 여론 형성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법이 극에 달하게 되거나 법적 판결이 난 후에야 집중적으로 기사화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관련 이슈들을 앞장서서 보도해왔다.‘임하댐 근처 하천도 생태교란’(1월11일),‘제주의 아마존 곶자왈이 죽어간다‘(1월17일) ‘로드킬, 야생동물이 죽어간다’(1월31일) 등 그동안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던 환경문제를 연속적으로 기사화했다. 또 녹색공간이라는 칼럼을 통해 생활 속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동시에 서울신문은 중요한 환경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몇가지 문제점을 보였다. 먼저 천성산 터널공사의 경우, 지율스님이 장기간 단식 끝에 잠적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그림자를 좇기보다 이슈를 선점해 여론을 환기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이상적인 자세라고 볼 때, 이처럼 한 발 늦은 보도는 무척 아쉬웠다.

또 이 사안을 다루며 사건의 핵심이 아닌 이해당사자 입장 중심으로 보도했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지율스님 단식 87일째 돌연잠적…여, 초비상’(1월22일 5면),‘잠적 지율스님 극단적 생각은 안해’(1월24일 8면) 등의 기사에서 보듯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기보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보도에 주력했다.

이렇게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 언저리만 맴도는 듯한 태도는 천성산 공사의 해법이 아닌 지율스님의 단식 자체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면서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지율스님 저혈압 증세 심각’(2월3일 1면),‘단식 100일째 현장 이모저모’(3일 5면)‘지율스님 단식 풀어’(4일 1면),‘정부·지율스님 극적 타결 순간’(4일 8면) 등 지율스님의 ‘초인적’ 단식이나 이를 푸는 과정을 다루는 표피적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 역시 드물었다. 정부의 국책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다룬 기획은 ‘정책 유연성이 돈을 번다’(1월29일)라는 칼럼을 통해서만 다뤄졌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내는 능동적인 모습보다 사안에 따라 보도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환경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음에도 이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경제보다 환경 우선이 시대흐름’(2월5일자 사설)임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환경의 변화된 위상을 보도를 통해 지면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현재 격주로 내보내고 있는 환경·생명면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환경을 주제로 대대적인 지상 캠페인을 벌이는 것 등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생명을 담보로 한 극단적 방법이나 법적인 판단을 통해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하나하나의 실천으로 이어짐으로써 해결돼야 한다.

환경 이슈가 한낱 구호가 아닌 진정한 삶의 조건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언론의 ‘환경 친화적인’ 보도를 기대해본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2005-02-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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