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라이터가 널린 요새야 다들 성냥을 잊고 살지만 예전에는 ‘겉보리 한 되, 성냥 세 알만 있으면 서울도 간다.’고 할 만큼 성냥은 중요한 생필품이었습니다. 써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게 개비보다는 항상 집이 문제였지요. 성냥갑 겉면에 칠해 성냥개비를 긋도록 만든 집은 쉬 닳아 멀쩡한 성냥개비 망가뜨리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래도 목함(木函) 성냥 한 통이면 꽤 오래 쓰곤 했습니다. 방물장수들이 성냥꼬투리만 따로 한 되, 두 되 팔았거든요. 그 성냥개비로 성냥집이 빤질거리도록 그어대다 보면 나중에는 집이 닳아 아무리 그어도 미끈미끈 불이 붙지 않아 성가시기도 했지요.
겨울날, 부뚜막 성냥통에서 성냥알 몇 개비 덜고, 손톱만큼 성냥집을 오려내 산어름 양지쪽에서 불장난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불장난하다 보면 어느새 콧구멍은 굴뚝이 되고, 밤송이 같은 머리카락은 누렇게 그슬기 일쑤지만 삭정이 군불에 고구마 몇알 궈먹는 재미, 그거 죽이거든요. 그렇게 노닥거리다가 굴뚝 뒤진 꼬락서니로 집에 오면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지요.“가서 낯부터 씻어라. 안 그러면 밤새 마실 돈 혼이 나중에 주인을 못 알아봐 너한테 돌아오지 못하는 거여.”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그래도 목함(木函) 성냥 한 통이면 꽤 오래 쓰곤 했습니다. 방물장수들이 성냥꼬투리만 따로 한 되, 두 되 팔았거든요. 그 성냥개비로 성냥집이 빤질거리도록 그어대다 보면 나중에는 집이 닳아 아무리 그어도 미끈미끈 불이 붙지 않아 성가시기도 했지요.
겨울날, 부뚜막 성냥통에서 성냥알 몇 개비 덜고, 손톱만큼 성냥집을 오려내 산어름 양지쪽에서 불장난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불장난하다 보면 어느새 콧구멍은 굴뚝이 되고, 밤송이 같은 머리카락은 누렇게 그슬기 일쑤지만 삭정이 군불에 고구마 몇알 궈먹는 재미, 그거 죽이거든요. 그렇게 노닥거리다가 굴뚝 뒤진 꼬락서니로 집에 오면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지요.“가서 낯부터 씻어라. 안 그러면 밤새 마실 돈 혼이 나중에 주인을 못 알아봐 너한테 돌아오지 못하는 거여.”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1-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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