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의 국어 교과서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직업 때문인지 언론인들의 글이 우선 눈에 띄었다.이금희씨의 ‘촌스러운 아나운서’,이규태씨의 ‘대나무’,박재동 화백의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까’ 등 세 편이었다.내친김에 도덕책도 살폈다.개성에 관한 단원이 있었다.자연스럽게 생각은 개성 있고 창의적인 신문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쪽으로 모아졌다.
‘신문의 경쟁력은 속보나 출입처가 제공하는 보도자료 기사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통신사 기사를 재포장해 전달하는 것으로도 안 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전문가들은 올드 매체인 신문의 기능이 사회적 의제 설정과 해석 기능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지난주 눈길을 끈 사건기사 두 건이 있었다.그중 하나가 ‘박태영 전남지사의 한강투신 자살’이었다.서울신문은 박 지사 사건을 30일자 1면에 ‘사회지도층 자살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보도했다.사회·심리적 현상은 물론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 죽은 다음 동조자살하는 현상)까지 어떤 신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돋보였다.
우리 사회는 이미 ‘선진국형 자살시대’에 접어들었다.따라서 이에 맞는 보도 기법도 뒤따라야 한다.자살 보도는 영상매체가 다루기에는 적절치 못한 아이템이다.이슈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신문이 적절하다. 지도층 인사가 자살을 하면 비리 자체가 덮어지는 관행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끌었던 기사는 5월1일자 9면의 ‘끝내 둥지 못 찾은 기러기 아빠’였다.서울신문은 이보다 앞선 4월20일자에서 8면 전면을 할애,‘덜레스공항은 한국인 생이별 장소’라는 제하로 워싱턴 주변의 한국인 기러기 가족들의 실태를 생생하고 심도 있게 보도했다.워싱턴 특파원의 기사발굴도 돋보였지만 다른 언론사들의 분석기사에 뉴스원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반면에 조그마한 배려가 아쉬운 지면도 있었다.4월17일자 11면의 17대 총선 지역별 정당득표 수 기사에는 지역별 총계가 없어 아쉬웠다.MBC 자료를 인용한 이 통계는 조금만 가공했다면 독자가 다른 자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었을 것이다.
4월20일자 7면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선정됐다는 1단기사가 있었다.이 기사는 두 가지 점에서 아쉬웠다.우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 잡지에 보도된 내용을 전하면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낸 공로로 선정된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다음으로는 김 위원장이 선정된 이유로 ‘만나본 사람들은 명석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지도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인물’이라고 밝힌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타임지의 평가는 부시 행정부가 보는 지도자상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원문 확인의 중요성을 일깨운 기사였다.한 보수신문은 김정일 위원장과 빈 라덴의 사진만을 실어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도록 편집의 기교까지 부렸다.
최근 한 선배 언론인과 저녁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왜 선배 신문사는 독자를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그 선배는 “잘 알고 있다.”며 그 원인을 “독자를 위한 신문보다 편집국 간부들과 동료들에게 칭찬 받는 신문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냥 듣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따끔한 말이었다.서울신문은 사주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그만큼 개성 있고 창의적인 신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최광범 한국언론재단 제작팀장˝
‘신문의 경쟁력은 속보나 출입처가 제공하는 보도자료 기사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통신사 기사를 재포장해 전달하는 것으로도 안 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전문가들은 올드 매체인 신문의 기능이 사회적 의제 설정과 해석 기능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지난주 눈길을 끈 사건기사 두 건이 있었다.그중 하나가 ‘박태영 전남지사의 한강투신 자살’이었다.서울신문은 박 지사 사건을 30일자 1면에 ‘사회지도층 자살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로 보도했다.사회·심리적 현상은 물론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 죽은 다음 동조자살하는 현상)까지 어떤 신문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돋보였다.
우리 사회는 이미 ‘선진국형 자살시대’에 접어들었다.따라서 이에 맞는 보도 기법도 뒤따라야 한다.자살 보도는 영상매체가 다루기에는 적절치 못한 아이템이다.이슈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신문이 적절하다. 지도층 인사가 자살을 하면 비리 자체가 덮어지는 관행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끌었던 기사는 5월1일자 9면의 ‘끝내 둥지 못 찾은 기러기 아빠’였다.서울신문은 이보다 앞선 4월20일자에서 8면 전면을 할애,‘덜레스공항은 한국인 생이별 장소’라는 제하로 워싱턴 주변의 한국인 기러기 가족들의 실태를 생생하고 심도 있게 보도했다.워싱턴 특파원의 기사발굴도 돋보였지만 다른 언론사들의 분석기사에 뉴스원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반면에 조그마한 배려가 아쉬운 지면도 있었다.4월17일자 11면의 17대 총선 지역별 정당득표 수 기사에는 지역별 총계가 없어 아쉬웠다.MBC 자료를 인용한 이 통계는 조금만 가공했다면 독자가 다른 자료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었을 것이다.
4월20일자 7면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선정됐다는 1단기사가 있었다.이 기사는 두 가지 점에서 아쉬웠다.우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 잡지에 보도된 내용을 전하면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낸 공로로 선정된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다음으로는 김 위원장이 선정된 이유로 ‘만나본 사람들은 명석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지도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인물’이라고 밝힌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타임지의 평가는 부시 행정부가 보는 지도자상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원문 확인의 중요성을 일깨운 기사였다.한 보수신문은 김정일 위원장과 빈 라덴의 사진만을 실어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도록 편집의 기교까지 부렸다.
최근 한 선배 언론인과 저녁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왜 선배 신문사는 독자를 무시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그 선배는 “잘 알고 있다.”며 그 원인을 “독자를 위한 신문보다 편집국 간부들과 동료들에게 칭찬 받는 신문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냥 듣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따끔한 말이었다.서울신문은 사주 통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그만큼 개성 있고 창의적인 신문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최광범 한국언론재단 제작팀장˝
2004-05-04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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