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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술 향기에 온 동네가 취하고,비 그친 후 술병을 따면 그 향이 십리에 번진다.중국 분주(汾酒)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이다.1500년의 역사를 지닌 분주의 명산지는 바로 산서성 분양현 행화촌(杏花村).당나라때 시인 두목(杜牧)이 ‘청명’이란 시에서 “주막이 어디냐고 물으니,목동이 멀리 행화촌을 가리킨다.”고 읊은 데는 이같은 연유가 있다.그 때문인가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유독 살구꽃을 노래할 때면 너나없이 취흥에 흠뻑 빠졌다.“요사이 우리 집에서 술을 빚었는데,자못 향기롭고 텁텁하여 마실 만합니다.더구나 지금 살구꽃이 반쯤 피었고….이처럼 좋은 계절에 한잔 없을 수 있겠습니까.”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가 친구들을 초대하며 둘러댄 구실이 그럴듯하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번 모이고,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번 모이고….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붓과 벼루를 준비해 술을 마셔가며 시가를 읊조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친구들과 시 모임을 만들고,첫 정기모임을 살구꽃 피는 때로 잡은 것도 우연은 아닐 듯싶다.화창하지만 어수선한 봄날 왠지 살구꽃이 그립다.
김인철 논설위원˝
2004-04-09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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