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한테 돈 못 받아요” 전동킥보드 피해자 ‘보험 사각지대’

“가해자한테 돈 못 받아요” 전동킥보드 피해자 ‘보험 사각지대’

윤연정 기자
입력 2021-03-21 18:07
수정 2021-03-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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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아닌 킥보드 보험 가입 5000건 그쳐
車보험도 ‘무보험차 상해’ 가입돼야 받아
보험금 신청 51명…킥보드 사고의 7.7% 뿐
그마저도 안 되면 소송·배상 협의 긴 싸움
공유킥보드 등 운전자 의무보험 정비해야”

전동 킥보드(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 없음)  서울신문
전동 킥보드(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 없음)
서울신문
서울시 관악구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40대 A씨는 지난달 저녁 집으로 가는 길에 전동킥보드를 타고 달려오는 고등학생과 부딪쳐 넘어졌다. A씨는 사고 직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가해자를 그냥 돌려보냈지만 나중에 목뼈에 금이 간 것으로 확인돼 전치 4주 판정을 받았다. 가해자 연락처도 없고 본인 자동차보험도 없어 A씨는 자비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내내 목에 깁스를 해 가게 운영도 제대로 못 했다.

전동킥보드 피해자들이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동킥보드 보험 상품이 출시됐지만 자동차와 달리 의무 가입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지난달까지 전동킥보드 특약 가입 건수는 DB손해보험이 870건, 현대해상이 3600건 등 모두 5000건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1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대책이 없는 ‘무보험 전동킥보드’가 인도를 질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이 지난해 11월 전동킥보드 사고 피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했지만, A씨처럼 본인 자동차보험이 없을 땐 답이 없다. 특히 자동차보험이 있더라도 무보험차 상해 보험에 가입해야 그나마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가입자(2326만 2714명) 가운데 무보험차 상해 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1983만 9842명으로 전체의 85% 수준이다. 이는 전동킥보드 사고로 다쳤을 때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고객 중 15%는 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보험차 상해 보험은 무보험차나 뺑소니 사고를 당해 자신과 가족이 다치거나 죽었을 때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무보험차 상해 보험만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해당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보행자가 피해자가 되면 보상은 민사소송이나 손해배상 협의로 이뤄지는데, 가해자가 돈을 내지 않거나 보행자의 잘못을 주장하면 소송이 무한정 늘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4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해보험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전동킥보드에 다쳐 무보험차 상해 보험금을 신청한 피해자는 모두 51명으로 전동킥보드 사고 접수 건수(665건)의 7.7%에 그쳤다. 이 가운데 일부 혹은 전체 지급된 보험액은 9729만원뿐이다. 이외 나머지 건수는 대인·대물 등으로 접수됐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전동킥보드 운전자 의무보험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유주선 강남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 고객을 위한 전동킥보드 보험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가입자 수는 미미하다”며 “특히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해당 회사가 보험 계약자를 맡을 수 있는 제도 개선과 관련 보험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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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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