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백신 ‘항원뱅크’ 구축 추진…“올겨울 사용은 어려울 듯”

AI백신 ‘항원뱅크’ 구축 추진…“올겨울 사용은 어려울 듯”

입력 2016-12-20 12:15
수정 2016-12-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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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AI 겪고도 ‘뒷북정책’ 비판도…백신투입 기준도 없어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맹위를 떨치면서 일각에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향후 H5N6형이 재발할 때를 대비해 즉각 백신을 제조할 수 있는 항원뱅크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백신 개발 시기와 방역의 실효성 등을 고려할 때 올겨울 백신 사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도 한발 늦게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이미 H5N6형의 종독주(Seed Bank)를 확보해 구축해놨으며, 긴급 상황에 대비해 백신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항원뱅크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항원뱅크는 백신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단계로, 백신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해 냉동 보관해 놓은 것이다.

항원 뱅크가 구축되면 접종 결정이 날 경우 2주 만에 백신 제조가 가능하다. 비용은 마리당 60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접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H5N6형은 이번에 유입됐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결정되더라도 최소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당장 접종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4월 이후가 되는데, 역대 AI 상황을 보면 겨울 철새가 한반도를 떠나면 AI 상황도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김용상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장 역시 “백신 관련 내용을 내부적으로 논의는 했지만, 접종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는 어떤 타이밍에서 시행하겠다는 게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10% 이상이 도살 처분된 상황에서, 백신 투입 시점에 관한 명확한 기준조차 정해놓은 것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제 이날도 당국은 백신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에 대해서도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될 때’라고 애매하게 밝혔을 뿐, 논의 시점에 대한 기준조차 정해놓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미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H5N1, H5N8형 바이러스 역시 종독주만 확보한 상태다.

쉽게 말해 바이러스 ‘종자’만 확보해놓은 상태이고, 백신을 바로 제조할 수 있는 항원 구축은 이번에 처음 추진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년간 AI로 홍역을 치른 정부가 백신 문제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다가 여론에 떠밀려 이번에도 ‘뒷북 정책’을 내놨단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이론상으로나 방역 효과 측면에서 백신 접종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역본부와 학계 전문가에 따르면 세계동물기구(OIE) 기준으로 AI 바이러스 단백질인 ‘H’는 최대 18가지, ‘N’은 최대 11가지가 있다.

이론상으로 총 198가지의 AI 바이러스가 조합될 수 있다.

구제역의 경우 바이러스 종류가 7가지여서 백신이 모두 개발됐지만, AI의 경우 백신 개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겨울 우리나라에서 터진 H5N6형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2014년 4월에서야 중국에서 처음 보고됐고, 인체 감염 사례 역시 중국에서만 발생한 생소한 바이러스 축에 속한다. 이 때문에 백신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것이 없다.

방역당국은 또 AI 백신 접종으로 오히려 인체 감염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어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

박 본부장은 “백신의 단점 중 하나가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어서 축산선진국들은 인체 감염 위험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미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선 인체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특정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해당 유형에 대해선 항체가 생기지만, 또 다른 종류의 인플루엔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도 AI 바이러스의 경우 똑같은 유형 내에서도 유전자 변이가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오히려 방역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H5N6형의 경우에도 유전자 변이로 유형이 다섯 가지로 파악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에는 H5N6형 유전자 변이가 30여 가지 이상으로 보고됐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저병원성 AI 바이러스인 H9N2형 백신이 개발돼 2008년부터 산란종계를 중심으로 접종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전자 변이 등을 이유로 방역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농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100% 항체가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가축방역심의회 위원인 모인필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우 백신이 80% 정도만 효과가 있어도 계속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같은 백신을 우리나라 10만 마리 규모의 산란계 농가에 접종한다고 가정하면 8만 마리만 항체가 생기고, 나머지 2만~3만 마리 닭이 낳은 알은 시중에 계속 유통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10~20%만 벗어나더라도 소비자에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인력 부족 등의 이유도 있으므로 개인적으로는 지금 상황에선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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