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장 한국 흑자품목 수입 규제 가능성

美, 당장 한국 흑자품목 수입 규제 가능성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6-11-09 22:40
수정 2016-11-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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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교역질서 변화 촉각

트럼프, 中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
징벌적 관세까지 부과 땐 ‘치명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외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보호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뿐만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미국의 무역수지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든 협정에 대해 ‘재협상’ 또는 ‘폐기’를 주장해 왔다. 물론 “현재 시스템을 급격히 바꾸기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미국민의 민심이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교역질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한국 경제는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세계적 교역 패러다임의 전환에 서둘러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9일 오후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는 한·미 통상현안 긴급점검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반(反)무역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를 주장한 만큼, 대미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면서 “당장 미국 측 수입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미국의 쇠락한 제조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의 중심지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한·미 FTA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 ‘깨진 약속’이며 무역적자는 늘고 미국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졌다”면서 한·미 FTA 재협상을 강조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에 의회 비준을 추진하고 있는 TPP도 “탈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2011년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대미 자동차 수출은 2012년 101억 달러 흑자를 낸 데 이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66억 달러의 흑자를 내는 등 해마다 1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등 대미 교역 흑자 품목은 모두 FTA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한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치달을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과 ‘45%의 징벌적 상계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이 실행에 들어갈 경우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고, 전체 수출의 4분의1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산업 전반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 수출의 38.3%(중국 26.0%, 미국 13.3%)를 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중 간의 보호무역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열린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고,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대될 것”이라면서 “현재보다는 보호무역주의 성향과 주요국에 대한 환율 관련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선거 운동시기 주장했던 ‘북한 선제타격론’, ‘주한 미군 분담금 인상, 철수’ 등 한반도 관련 공약이 구체화될 경우 북한 리스크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한 미군 철수, 핵우산 제거 등 안보는 통상문제와 직결돼 있다”면서 “트럼프의 한반도 공약이 실행된다면 우리 기업과 경제에 미칠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참가 시기를 놓친 TPP를 미국이 철회할 경우 ‘관심 표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참가국들에 대한 협상 시간을 벌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 측면도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TPP는 나중에 들어갈수록 기존 가입국의 요구사항이 많아져 기회비용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트럼프가 TPP를 없애거나 새로운 각도에서 한다면 처음부터 들어갈 수 있는 플러스 요인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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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11-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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