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감 없어야 한다”…흡연 경고그림 ‘단서조항’ 논란

“혐오감 없어야 한다”…흡연 경고그림 ‘단서조항’ 논란

입력 2015-05-01 16:25
수정 2015-05-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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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측한 그림,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일부 주장 반영금연단체 “끔찍한 현실을 혐오스럽지 않게 표현하라는 건 모순”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넣도록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경고 그림의 내용을 제한하는 단서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는 1일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가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경고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이는 소위 논의 과정에서 ‘경고그림이 혐오스러워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소위로 되돌리면서 나온 이유 역시 “담배를 피울 때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하는 것은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것이었다.

금연단체들은 법안의 소위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이 같은 단서조항에 대해서는 “제도의 기본 취지를 훼손시킨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담배에 경고그림을 넣는 것은 담배라는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끔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법의 의도와 단서조항이 서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폐암, 후두암, 뇌경색 등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혐오스럽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암을 미화시켜서 표현하라는 말인지 당황스럽다”며 “표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법사위가 ‘사실적 근거’나 ‘지나친 혐오감’ 같은 표현을 써서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여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단서조항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마찬가지다.

복지부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작년 서강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한국형 흡연 경고그림에 어떤 내용이 적합할지 연구했다.

조사 결과 신체적 후유증이나 치아변색, 폐암, 임산부 간접흡연 등에 대한 효과가 경고그림의 주제일 때 효과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적 정보 전달과 함께 공포심·혐오감을 조성할 때 금연 효과가 높으며 제도 도입 초반 흡연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우선 도입한 뒤 차차 강도를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흡연 경고그림은 내용에 따라 혐오 수준이 낮은 편인 일반형과 암 종양이나 수술 장면 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혐오형으로 나뉜다.

피부 손상이 심한 여성을 보여주거나 그림을 통해 간접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식은 일반형에, 후두암이나 폐암의 환부를 보여주는 것이 혐오형에 각각 속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서조항이 없더라도 효과적인 수준을 넘어서 과도한 경고를 할 의도는 없다”며 “법이 통과되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법률 전문가, 시민단체, 일반인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담뱃갑에 들어갈 흡연 경고 그림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는 한국의 높은 흡연율을 끌어내릴 가장 강력한 비가격 금연 정책으로 꼽힌다.

현재 77개국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제도 도입 후 6년 사이 6%포인트, 브라질은 1년 만에 8.6%포인트 흡연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가 들어있는 국민건강진흥법은 6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되며, 통과할 경우 같은 날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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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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