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융社 대량 징계’법대로 처벌’ vs ‘고질적 관치’ 논란

당국 금융社 대량 징계’법대로 처벌’ vs ‘고질적 관치’ 논란

입력 2014-06-11 00:00
수정 2014-06-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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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감독·검사·제재라는 막강한 권한을 틀어쥔 금융감독원의 잇따른 징계 조처가 예사롭지 않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금감원과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간섭을 받는다. 이들 금융당국은 업무 집행에서 재량권을 행사하고, 알게 모르게 인사에도 관여한다.

최근 전·현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고강도 징계를 두고 모종의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이런 ‘관치금융’ 논란이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관치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디까지나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업무를 처리할 뿐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항변이다.

기강해이에 대한 당연한 조치이며 금융사들은 불평하기에 앞서 국민들 앞에서 반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상 유례없는 무더기·고강도 징계

금감원은 지난 10일 은행과 카드사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징계를 무더기로 사전 통보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들에 대한 처분이 결정된다. 제재심의 결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결재를 받는다.

형식상 외부 인사가 참여한 제재심의위 검토를 거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최 원장의 의중에 따라 수많은 금융권 인사의 ‘생사여탈’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제재심의 대상에는 사실상 금융권 퇴출 선고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도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 등 전·현직 금융사 CEO가 중징계 대상에 올랐다.

하영구 한국씨티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과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경징계 통보를 받았다.

앞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각각 경징계와 중징계를 받은 것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금융사 CEO가 금감원으로부터 호된 철퇴를 맞는 셈이다.

이들의 징계에는 미증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거액의 불법대출과 횡령 사건, 편법적인 의사결정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죄목’이 붙었다.

금융권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트리고 국민적 공분을 사게 했다는 도의적 책임도 녹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1일 “200여명 징계가 보기에 따라 과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금융권에 스캔들이 많았다”며 “기강이 해이해진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저인망식 처벌 논란…과잉 징계 지적도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금융사 임직원, 더구나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기는 CEO에 대한 징계는 ‘가진 자’에 대한 처벌이라는 관점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 만한 요소다.

그러나 항변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처벌 내용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지나치게 일찍 알려지고, 명확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보다는 저인망식 처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KB금융과 국민은행 주변에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두고 금감원의 노림수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부분 자체 적발해 금감원에 ‘자수’한 사안을 두고 CEO의 책임을 묻는 점이나, 아직 사태의 전모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내홍을 징계 사유로 거론하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전산시스템 교체의 경우 내부에서 진흙탕 싸움을 했는데 무엇이 잘못인지, 누가 잘못했다는 건지, 왜 중징계를 내리는지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의 파이시티 사업 투자와 관련해 당시 여신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순우 회장(당시 수석부행장)을 경징계 대상에 올린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우리은행 안팎에서 나온다.

우리은행의 여신협의회는 여신지원·기업고객·리스크관리 담당 부행장과 상무 2명, 실무 부장 2명으로 구성됐다.

CEO에 대한 징계를 금감원의 금융사 길들이기 내지 군기잡기로 보는 해석이 나오면서 관치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에서 보듯 정권의 입맛에 좌우되는 듯한 금융당국의 행태는 늘 반복됐다.

최근 금융권에 부는 매서운 ‘사정 태풍’이 최 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을 노린다는 소문이나, 일부 참모진의 과잉 충성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설도 파다하다.

◇당국 ‘관치’ 일축…전문가들 “당국도 책임”

금융당국은 최근 대규모 징계가 금융사 길들이기라는 지적이나 관치 금융이라는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거의 모든 주요 은행과 카드사에서 금융 사고가 발생해 특별 검사 등을 실시한 뒤 법규에 따라 이달 말에 징계를 내리게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고 발생으로 특검을 했고, 그 결과를 절차에 따라 가감 없이 사전 통보한 것”이라며 “금융권 길들이기나 관치금융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중한 검토를 통해 규정에 맞게 징계 수위를 정했다”면서 “금융사들은 불만을 털어놓기에 앞서 그동안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한 깊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방치한 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검사·제재를 반복하는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 않은 한 관치 논란이나 책임전가 식 징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금융권의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당국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거의 없었다”며 “사고를 유발한 낙하산 인사는 금융위에, 사고 징후를 미리 눈치 채지 못한 것은 금감원에 각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도 “최근 금융사고가 많은 근저에는 관치금융이 있다”며 “낙하산 CEO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집행 라인을 독식한 ‘모피아’, 이들을 잉태한 금융위가 감독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대량 징계에 앞서 당국의 사전 감독 소홀히 지적돼야 한다”며 “징계에 배후 의도가 있다면 정말로 질타를 받아야 할 대상은 금감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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