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또는 폐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계기로 정부 내에서도 금산분리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고, 학계와 재계·시민단체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완화·폐지에 찬성하는 쪽은 금산분리 원칙을 제정할 때와 지금은 경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제한되면서 알짜 은행들이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가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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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기업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은행이 사금고화되는 등 폐해가 예상되므로 금산분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부도 “유지” “폐지” 나뉘어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가리킨다. 은행법에서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금융기관의 의결권있는 주식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지난 1982년 도입됐다.
금산분리 폐지 논란에 포문을 연 사람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달 9일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 국내자본이 역차별 당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며 사회적 합의, 폐해에 대한 예방책 마련을 전제로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주장했다.
이에 강철규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은 다음날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분리돼 가야 경제발전이 잘 된다.”고 맞받아쳤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같은달 14일 “금산분리 문제는 정책변화 가능성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금산분리 논쟁은 최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산분리 원칙은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재점화됐다. 이어 이 문제의 당사자격인 은행장들까지 금산분리 완화·폐지에 동조하는 의견을 내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 계기로 이슈화
금산분리 원칙이 이슈화된 것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사들인 론스타는 이를 되팔면서 4조원 이상의 막대한 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제일은행은 1999년 미국계 뉴브리지 캐피털, 한미은행은 2000년 칼라일이 인수해 엄청난 매각차익을 남겼다.
금산분리 원칙이 폐지 또는 완화된다면 향후 우리은행 민영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가운데 예금보험공사가 77.97%를 갖고 있는데 정부는 이를 2008년 3월까지 매각, 민영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재경부는 ‘금산분리 원칙 유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재경부 실무자는 “은행들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것을 금산분리 때문 만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산분리 재고해야” VS “오히려 강화해야”
재계에서는 금산분리 원칙 폐지를, 시민단체에서는 유지를 주장하는 가운데 학계의 의견도 양분되고 있다.
양세영 전국경제인연합 기업정책팀장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미국뿐”이라며 “은행의 사금고화는 다른 견제장치로 막을 수 있으며 국제적인 은행을 만들려면 주인이 있는 은행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에서는 그동안 금융자본보다는 산업자본이 많이 성장했는데 산업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다보니 은행이 외국자본의 공격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산업자본이 사모펀드(PEF) 등 형태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감독 기능이 발전했기 때문에 은행이 한 기업에 돈을 몰아주거나, 기업이 은행의 자본만 빼먹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종학 경실련 정책위원장(경원대 경제학과 교수)은 “한국의 금융수준은 제2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조차 막지 못하는 단계인데 은행에 대해서까지 산업자본의 지배를 인정하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선진국처럼 은행의 소유분산이 잘 된다면 외국자본이 국내은행을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도 막을 수 있다.”고 금산분리 원칙 유지를 요구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벌에 은행 소유를 허용하면 외국계 자본에 넘겼을 때보다 더 큰 폐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면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견제와 감시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위기상황을 맞으면 은행 자본을 악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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