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미친’ 연기력과 ‘착한’ 외모/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미친’ 연기력과 ‘착한’ 외모/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02-05 23:50
수정 2020-02-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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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은 말도 오래 접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개봉해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조커’에서 주인공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미친 연기력을 보여 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미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매우 괴로워하다’ 등으로 뜻풀이돼 있다. 사전상의 기술만 보면 ‘연기력’이 미쳤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우리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뜻으로 호평을 할 때 ‘미친 연기력’, ‘미친 존재감’, ‘미친 활약’이라는 말을 쓴다. 사전적 의미가 실제 언어에서는 더 확장돼 넓은 범위로 사용된 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언어생활에서 제법 찾아볼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 많이 보이는 ‘착한 가격’이나 외모를 칭찬할 때 쓰는 ‘착한 외모’라는 말도 그렇다. ‘착하다’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사전적 의미만으로 보면 ‘가격’이나 ‘외모’는 ‘착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러나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착한 가격’이나 ‘빼어난 외모’를 나타내는 ‘착한 외모’라는 말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크게 어색하지 않은 표현이 됐다.

oms30@seoul.co.kr
2020-02-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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