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에 모인 ‘도시난민’… 개발 걸림돌인가, 공유 주춧돌인가

국유지에 모인 ‘도시난민’… 개발 걸림돌인가, 공유 주춧돌인가

기민도 기자
입력 2019-06-03 01:44
수정 2019-06-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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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공유지에 ‘연구자의 집’ 짓는 시민단체, 철도시설공단과 기싸움

재개발 강제퇴거 주민들 숲길 공터 정착
“부동산 상승에 역사 인근 상업적인 개발…배타적 사유지처럼 국유지 활용은 부당”
공단측 “명백한 불법 건축물 통한 점거…학문 연구하는 데 불법 도서관 왜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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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1번 출구 인근의 경의선 공유지 안에 인근 지역에서 강제 퇴거당한 세입자들과 마포지역 시민단체들이 꾸며 놓은 공유 공간 너머로 빌딩 숲이 늘어서 있다.
서울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1번 출구 인근의 경의선 공유지 안에 인근 지역에서 강제 퇴거당한 세입자들과 마포지역 시민단체들이 꾸며 놓은 공유 공간 너머로 빌딩 숲이 늘어서 있다.
“거주불명으로 처리된 채 ‘26번째 자치구’에 사는 도시 난민입니다.”

2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5·6호선 공덕역 1번 출구 인근의 ‘경의선 공유지’에서 만난 이희성(35)씨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성동구 행당동에 세입자로 살던 그는 2015년 행당6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강제 퇴거를 거부하다가 쫓겨났고 주민등록법상 거주불명등록 처리됐다. 이씨는 함께 싸웠던 이들의 소개로 경의선 공유지 즉, 공덕역 부근 지역 개발사업 B부지(면적 5740㎡)에 오게 됐다. 이씨 등 강제 퇴거당한 세입자들과 마포지역 시민단체들은 경의선 숲길 인근 공터에 컨테이너를 놓고 벼룩시장을 열거나 공연 등을 하고 있다. 강제 퇴거당한 이들을 돕는 시민 100여명이 매월 회비를 모아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을 해결한다. 이곳에서는 매년 100여건의 시민들의 행사도 열린다. 광장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경의선 공유지를 두고 최근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부지의 소유권이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이곳에 상업시설을 지을 계획인데 대학교수와 강사 등 연구자들이 “건설 자본에 의한 개발이 아닌 시민들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구자의 집’이라는 건축물을 지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연구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이 부지가 공적 시설로 조성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너른 공터를 바라보는 공공기관과 시민단체 사이 시각차 탓에 갈등이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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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에게 돌려줘야” vs “시민단체 불법점거”

사실 이 공간을 두고 관(官)과 시민사회가 갈등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공단 측은 2010년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해 2014년 12월 경의선 철도 지하화에 따른 도심구간 선로 상부부지의 약 61%를 경의선숲길 공원으로 조성하고 공덕·홍대입구역 등 역세권은 상업지구로 개발하기로 했다. 공단은 2012년 이랜드월드와 특수목적법인(SPC) ‘이랜드공덕’을 세우고 개발을 시도했지만 진행이 순조롭지 못해 경의선 공유지는 공터로 남았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공간을 ‘시민 장터’로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마포구에 요청했고, 구는 개발사업 허가 등 실제 시행 절차에 들어가기 전까지 지역 주민들이 쓸 수 있도록 공단에 협조를 구했다. 그 결과 2013년부터 2015년 말까지 이곳에서 시민장터가 열렸다. 협조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결성된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은 이 공간이 건설 자본에 의한 개발이 아닌 시민 운영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점유 운동을 이어 갔다. 마포구 관계자는 “공단에 돌려줘야 할 부지를 반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점유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의선 터 개발 과정에서 주변 땅값이 올라 원주민들이 높은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쫓겨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이 부지를 시민들의 품에 돌려줘야 한다는 게 시민행동 측의 주장이다.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에 따르면 경의선 숲길이 조성된 2016년을 기준(100)으로 2010년 지가지수는 서울시 90.02, 마포구 89.22, 공덕역 부근 83.01, 홍대입구역 부근 72.69였으나 2018년은 서울시 110.95, 마포구 114.23, 공덕역 부근 132.05, 홍대입구역 부근 170.37 등으로 크게 올랐다. 경의선 주변 부지(공덕역·홍대입구역 부근)는 경의선 숲길공원의 경계부를 중심으로 100~200m 내외의 공간이다. 아시아도시사회센터는 표준지공시지가를 기반으로 서울시와 마포구의 지가지수를, 개별지공시지가를 기반으로 홍대입구역과 공덕역의 지가지수를 산출해 변동률을 비교했다.

강수영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연구원은 “경의선 주변 부지는 서울의 평균에 비해 상승폭이 크기는 하지만 유사한 패턴을 유지하다가 2016년 경의선 숲길 공원 개통을 기점으로 지가변동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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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 안에 가꿔진 텃밭의 모습.
공유지 안에 가꿔진 텃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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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행당동에서 세입자로 살다가 이 지역 재개발 과정에서 쫓겨난 뒤 경의선 공유지에 주거하고 있는 ‘도시난민’ 이희성씨가 거주지등록말소된 주민등록표 초본을 들고 있다.
성동구 행당동에서 세입자로 살다가 이 지역 재개발 과정에서 쫓겨난 뒤 경의선 공유지에 주거하고 있는 ‘도시난민’ 이희성씨가 거주지등록말소된 주민등록표 초본을 들고 있다.
●“개발에 원주민들 쫓겨나… 가난의 비극”

경의선 공유지에 ‘연구자의 집’ 건축을 시도하고 있는 주축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다. 박배균(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 민교협 상임의장은 “공유지 운동이 대안적 사회운동으로 각광받는 상황에서 저희도 운동에 연대한다는 취지로 연구자의 집을 이곳에 조성하려는 것”이라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의선 부지에 대한 상업적인 개발 계획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를 개발하면서 얻은 이득을 통해 공공기관의 부채를 줄이는 차원으로 접근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경의선에서는 이미 상업적 개발과 공원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으며, 그 결과 가난한 사람들이 쫓겨나는 비극을 만들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환 한신대 교수는 “철도시설공단이 관리하는 국유지가 굉장히 많다”면서 “대기업이 국유지를 배타적으로 사유지처럼 쓰게 하는 방식의 개발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의 집’이 경의선 공유지에 들어서려고 하자 철도시설공단과 마포구도 급해졌다. 7년간 완료하지 못한 개발이 더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포구가 펜스를 치며 ‘연구자의 집’을 막아섰다. 공단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려고 계획 중이다.

지난달 16일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과 철도시설공단의 첫 번째 간담회 자리가 만들어졌다. 상업적인 개발 계획을 백지화하고 공공을 위한 개발이 무엇인지 대화를 시작하자는 시민행동 측과 불법적인 점유를 끝내 달라는 공단의 이야기는 평행선을 달리며 성과 없이 끝났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들은 나라 땅인 국유지에 어느 날 갑자기 불법적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사거리 한복판에 차가 없을 때 자기 마음대로 집을 짓고 나서 차를 못 가게 하고 여기는 내가 살겠다고 하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연구자의 집’에 대해서는 “학문을 연구하려면 도서관에 가야지 왜 ‘불법 도서관’을 짓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정기황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국유지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도 “국유지를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식이 아닌 호텔이나 쇼핑몰 등으로 짓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 “제기동역 5번출구 에스컬레이터 설치 예산 65억원 전액 확보… 2026년 4월 착공예정”

이병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장(국민의힘, 동대문구1)은 서울시 예산으로 동대문구 지역발전을 위해 1호선 제기동역 5번 출구 승강편의시설(E/S) 개선 공사비 42억원을 추가 확보해 사업비 65억원 전액확보했다고 밝혔다. 제기동역 5번 출구 승강편의시설(E/S) 설치사업은 이 위원장이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2023년 6월부터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이번 2026년 서울시 예산을 통해 공사비 42억원을 추가 확보하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1호선 제기동역 승․하차승객수는 월평균 3만명 이상으로 특히 교통약자의 이동이 많아 앞으로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통해 쾌적한 대중교통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위원장은 동대문구청 후문 앞 도로 지하주차장 건설, 동대문구 자율주행버스 운행지원 사업 등의 예산을 확보하여 동대문구 주민의 교통편의를 더욱 증진할 수 있게 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제기동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가 진행 중으로 앞으로 제기동역 5번 출구 승강편의시설(E/S) 또한 개선되면 전통시장 이용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지하철역 이용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동대문구 재정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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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6-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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