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화장하는 남자 일요일 오전 6시, 난 일찌감치 일어나 목욕을 한 뒤 메이크업을 시작한다. 일단 스킨, 로션으로 기초화장을 하고 잡티를 가리는 비비크림을 바른다. 그래야 맨 얼굴일 때보다 ‘사진발’이 더 잘 받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잘 다려놓은 양복을 입고 예식장으로 향한다. 나는 2008년 5월, 한국은퇴자협회가 60세 이상 노년층의 사회활동을 돕기 위해 설립한 ‘타오름 주례단’의 주례전문위원에 합격해 5주 동안 메이크업, 발성법, 자세 등을 배우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주례활동에 나섰다.
서울 강남의 한 예식장에서 주례를 할 때의 일이다. 주례사가 끝나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올리는 차례였다. 사회자가 신랑에게 그동안 예쁜 딸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장모님을 업어 드리라고 하자 신랑은 장모님을 번쩍 업어 드렸다. 이어서 신랑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사회자가 아무 말 없이 그냥 넘어가자 신랑 어머님이 대뜸 “나도 아들 잘 키웠는데 난 왜 안 업어 주느냐!”며 항의하셨다. 순간 정적이 흐르고 내 등엔 식은땀이 흘렀다. 당황하던 신랑이 허둥지둥 어머니를 업어 드리자 아들 등에 업힌 어머님은 입이 함박만 해지며 좋아하셨고 그 바람에 식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어 사건은 잘 마무리되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결정한 일이기에 언제나 신바람 나지만, 주례사를 작성할 때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매일 신문과 책을 샅샅이 읽는데 최근 좋은 글귀를 찾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야 하지만 오래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기러기는 먼 곳으로 이동할 때 함께 질서정연하게 리더를 따라 날아가는데 끼룩끼룩 소리를 내는 것은 힘내자고 영차영차 하는 소리라고 합니다. 새로운 인생길을 출발하면서, 먼 길을 떠나는 기러기처럼 서로 믿고 격려하며 살아가세요.’ 더불어 나도 주례인으로서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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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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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