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독일) 오슬로(노르웨이) 류지영특파원|해마다 5200만명이 이용하는 ‘유럽의 대표 관문’ 프랑크푸트 국제공항 제1터미널. 길이가 200m나 되는 초대형 옥외 광고판이 눈길을 잡아끈다. 콜로세움, 파르테논 신전, 네덜란드 풍차 등 유럽의 명소와 도시를 배경으로 위용을 뽐내고 있는 제품은 바로 현대자동차다. 제1터미널 내부에도 유럽 공략을 목표로 만들었다는 해치백 스타일의 기아차 ‘씨드’가 전시돼 있다. 디자인이 예쁘다며 차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유럽인들의 모습이 이젠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프랑크푸르트 중심에 있는 지역 최대 백화점 ‘자일’의 가전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한국 가전매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액정표시장치(LCD) TV, 휴대전화,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부스는 삼성과 LG제품이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가격도 필립스, 소니, 파나소닉 등 경쟁사 제품과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비싸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광장에 나란히 걸려 있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대형 광고판 역시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현대차·삼성이 한국제품?
이제 유럽에서 한국 제품을 발견하고 감격스러워하는 것은 ‘촌스러운’일이 됐다.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저가’ 이미지를 탈피한 우리 제품들의 달라진 위상은 잠시만 머물러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럽인 대부분은 현대차나 삼성, 금호타이어 등의 제품들이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잘 모른다. 기업들이 굳이 한국제품이라는 사실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독일인들은 분단국이라는 것 말고는 한국에 큰 관심이 없다. 북한과 남한을 구별할 줄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어느 정도 한국을 안다는 이들조차 ‘부정부패, 노사갈등 등으로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 있으며, 환경문제나 국제구호 등 돈 안 되는 이슈는 철저히 무시하는 나라’라고 여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활동 등으로 유럽에서 상당한 호감을 얻고 있는 일본과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점심시간이 되자 중앙역 주변에 있는 태국 음식점 앞으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인구 60만명의 작은 도시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태국식 볶음면과 볶음밥의 독특한 맛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오슬로는 세계 최고의 부국답게 일자리를 찾아 각 나라에서 몰려 온 이민자들로 넘쳐난다. 자연스레 이들을 상대하는 음식점 역시 국적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고기와 야채, 소스 등을 잔뜩 넣어 밀가루 전병에 싸서 먹는 터키식 ‘케밥’ 판매점은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점 만큼이나 대중적이다. 초밥 등을 파는 일본 음식점은 이미 고급음식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힌 상태다. 중국 식당과 베트남 음식점 역시 다양한 틈새상품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슬로에도 한국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현지인은 거의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이나 지금이나 노르웨이에서 한국은 ‘입양의 나라’로 기억된다. 가끔 언론에 소개되는 내용도 공교육 선진국 핀란드와 비교해 ‘엄마들의 욕심이 교육을 망쳐버린 최악의 국가’라는 것들이 많다. 최소한 이곳에서 느끼는 한국의 호감도는 베트남이나 태국에도 뒤지는 듯 보인다.
한류 붐이 한창인 아시아 지역만 벗어나도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교역 규모 11위를 자랑하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는 냉정하다.“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는 국가 경제력의 30%에도 못 미쳐 일본(224%)과는 비교도 안 된다.”는 박재완 청와대 수석의 자성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홍콩·말레이시아처럼 마케팅 나서야
국제적 국가 브랜드 평가기관인 안홀트-GMI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32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GDP 대비 국가 브랜드 가치는 29%에 불과해 일본(224%), 네덜란드(145%), 미국(143%) 등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2005년 25위,2006년 27위 등 해가 갈수록 평가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비슷하게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홍콩이나 말레이시아처럼 체계적인 국가브랜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아시아의 세계도시’‘진정한 아시아’를 모토로 삼는 홍콩과 말레이시아는 최근 미국의 기업자문회사인 동서커뮤니케이션스(East West Communications)가 발표한 ‘국가 브랜드 지수’에서도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28위에 그쳤다. 하지만 단순 이미지 포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규범, 문화, 제도 등을 아우르는 ‘소프트파워’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것이라며 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한국이 경제력에 걸맞는 국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다른 아시아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며 사회구성원 간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uperryu@seoul.co.kr
프랑크푸르트 중심에 있는 지역 최대 백화점 ‘자일’의 가전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한국 가전매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액정표시장치(LCD) TV, 휴대전화,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부스는 삼성과 LG제품이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가격도 필립스, 소니, 파나소닉 등 경쟁사 제품과 대동소이하거나 오히려 비싸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광장에 나란히 걸려 있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대형 광고판 역시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현대차·삼성이 한국제품?
이제 유럽에서 한국 제품을 발견하고 감격스러워하는 것은 ‘촌스러운’일이 됐다.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저가’ 이미지를 탈피한 우리 제품들의 달라진 위상은 잠시만 머물러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럽인 대부분은 현대차나 삼성, 금호타이어 등의 제품들이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잘 모른다. 기업들이 굳이 한국제품이라는 사실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독일인들은 분단국이라는 것 말고는 한국에 큰 관심이 없다. 북한과 남한을 구별할 줄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어느 정도 한국을 안다는 이들조차 ‘부정부패, 노사갈등 등으로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 있으며, 환경문제나 국제구호 등 돈 안 되는 이슈는 철저히 무시하는 나라’라고 여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제력에 걸맞은 국제활동 등으로 유럽에서 상당한 호감을 얻고 있는 일본과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점심시간이 되자 중앙역 주변에 있는 태국 음식점 앞으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인구 60만명의 작은 도시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태국식 볶음면과 볶음밥의 독특한 맛이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오슬로는 세계 최고의 부국답게 일자리를 찾아 각 나라에서 몰려 온 이민자들로 넘쳐난다. 자연스레 이들을 상대하는 음식점 역시 국적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고기와 야채, 소스 등을 잔뜩 넣어 밀가루 전병에 싸서 먹는 터키식 ‘케밥’ 판매점은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점 만큼이나 대중적이다. 초밥 등을 파는 일본 음식점은 이미 고급음식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힌 상태다. 중국 식당과 베트남 음식점 역시 다양한 틈새상품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오슬로에도 한국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현지인은 거의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이나 지금이나 노르웨이에서 한국은 ‘입양의 나라’로 기억된다. 가끔 언론에 소개되는 내용도 공교육 선진국 핀란드와 비교해 ‘엄마들의 욕심이 교육을 망쳐버린 최악의 국가’라는 것들이 많다. 최소한 이곳에서 느끼는 한국의 호감도는 베트남이나 태국에도 뒤지는 듯 보인다.
한류 붐이 한창인 아시아 지역만 벗어나도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교역 규모 11위를 자랑하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는 냉정하다.“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는 국가 경제력의 30%에도 못 미쳐 일본(224%)과는 비교도 안 된다.”는 박재완 청와대 수석의 자성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홍콩·말레이시아처럼 마케팅 나서야
국제적 국가 브랜드 평가기관인 안홀트-GMI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순위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32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GDP 대비 국가 브랜드 가치는 29%에 불과해 일본(224%), 네덜란드(145%), 미국(143%) 등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2005년 25위,2006년 27위 등 해가 갈수록 평가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비슷하게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홍콩이나 말레이시아처럼 체계적인 국가브랜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아시아의 세계도시’‘진정한 아시아’를 모토로 삼는 홍콩과 말레이시아는 최근 미국의 기업자문회사인 동서커뮤니케이션스(East West Communications)가 발표한 ‘국가 브랜드 지수’에서도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28위에 그쳤다. 하지만 단순 이미지 포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규범, 문화, 제도 등을 아우르는 ‘소프트파워’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것이라며 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한국이 경제력에 걸맞는 국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다른 아시아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부족하며 사회구성원 간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uperryu@seoul.co.kr
2008-11-03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