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환칼럼] 고급 공연? 마니아를 넘자/수석논설위원

[최태환칼럼] 고급 공연? 마니아를 넘자/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08-16 00:00
수정 2007-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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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의 아람누리를 찾았다. 복합 예술공간이다. 정발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오페라극장, 콘서트홀, 야외극장, 미술관, 도서관 등을 고루 갖췄다. 몇달 전 개관했다. 크지 않지만, 작지도 않다. 소담하다. 뮤지컬의 고전 ‘왕과 나’를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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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환 논설실장
최태환 논설실장
공연도 공연이지만, 극장 규모며 음향 시설, 전반적인 짜임새 등을 확인하고 싶었다. 객석은 가득찼다. 공연은 현대적 해석 흔적이 여기저기서 확인됐다. 원전을 뛰어넘는 파격은 없었지만, 특유의 따듯함이 오감으로 전해왔다. 서술적 장면이 많아 힘이 부족한 듯한 전개는 아쉬움이었다. 좌석 배치 역시 마뜩찮았다. 지그재그가 아니었다. 최근 개관한 공연장 자리를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싶었다.

집에서 10분 거리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은 왕복 2∼3시간이다. 이따금 아람누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입장료가 떠올랐다.‘왕과 나’는 고급 좌석 기준으로 1인당 10만원 정도였다. 망설여지는 비용이다.

우리나라 공연티켓 가격이 너무 높다. 날이 갈수록 오른다. 화려하고 연극적 요소를 더한 오페라나 뮤지컬은 더하다. 국내 창작 뮤지컬도 10만원은 기본이다. 지난해 명성황후에 이어 올해 대장금이 기록을 깼다. 해외 수입공연은 수십만원이 예사다. 올 가을 공연하는 빈 슈타츠오퍼의 티켓가격이 얼마전 화제였다. 최고 가격이 45만원이다. 기획사는 공연 수가 적고 개런티가 높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진 외국에 견주어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지난해 베를린 필의 내한공연이 있었다. 예술의 전당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한 차례씩 열렸다. 섬세한 연주곡을 월드컵 경기장에서 만났다면, 직접 ‘관람’했다는 의미 외에 덧붙일 게 있을까. 더구나 공연은 30분 정도 늦게 시작됐다. 산만했던 분위기를 전했던 지인의 표정이 생생하다. 당시 티켓은 비싼 좌석 기준으로 40만원이었다. 둘이면 80만원이다. 같은 공연이 벌어졌던 일본, 홍콩, 호주는 절반 수준이었다.

기획사·관객 모두 고급 공연, 귀족 마케팅에 도취돼 있다. 실제 ‘고가 공연’ 관객은 특정 계층에 국한된다. 돈 있는 소수 마니아, 후원 대기업의 ‘귀족 홍보’에 의존하는 풍토는 공연문화를 척박하게 내몬다. 끼리끼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공연 문화의 양극화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예술의 전당이 내년부터 연중 후원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대기업 등으로부터 공연별 후원을 받던 것을 연중 후원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몇몇 메이저, 인기 프로그램 위주의 후원 방식을 탈피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처럼 공연 전반에 대한 후원이 빈약한 여건에선 신선한 실험이다. 기업뿐아니라 단체·개인 등에서도 호응을 받을 경우, 질 좋은 공연의 저가 공급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신청사 건립과 더불어 구청사를 콘서트홀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오페라하우스 건립도 머지 않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극장은 야외공연장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개폐식 돔 공연장이다. 하지만 고급 공연의 대중화는 공연 시설 확충만으론 어렵다. 지방자치단체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 전시용 이벤트만 줄여도, 주민들에게 그만큼 좋은 공연의 접근 기회를 늘려줄 수 있다. 고가 공연의 대중화, 우리 모두 관심을 갖는 만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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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08-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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