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제 잘만 쓰면 ‘약’ 된다

호르몬제 잘만 쓰면 ‘약’ 된다

심재억 기자
입력 2007-06-16 00:00
수정 2007-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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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호르몬치료는 득일까, 실일까.´ 최근 일부에서 호르몬을 이용한 폐경 치료가 유방암을 유발하거나 뇌혈관 질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반인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많은 경우 호르몬치료 말고는 폐경으로 인한 상실감과 이후 초래되는 골다공증 등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호르몬치료는 폐경 극복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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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를 맞은 중년 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 주목을 받은 뮤지컬 ‘메노포즈’의 한 장면.
폐경기를 맞은 중년 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내 주목을 받은 뮤지컬 ‘메노포즈’의 한 장면.
갱년기 증상 ‘안면홍조´ 가장 많아

영동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팀이 지난 5월부터 두달 동안 이 병원을 찾은 폐경 여성 285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경기 여성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갱년기증상을 겪으면서도 암 발생과 체중 증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호르몬 치료를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엘 헬스케어(바이엘쉐링제약)가 새 갱년기증상 치료제 ‘안젤릭’ 출시를 앞두고 의뢰한 이 연구에서 폐경기 여성의 86.6%가 두 가지 이상의 갱년기 증상을 복합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적인 갱년기 증상으로는 안면홍조가 74.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발한 59.6%, 가슴 두근거림(심계항진) 50.1%, 근육통 49.2% 등이었다. 정신적인 증상으로는 응답자의 53.4%가 기억력 감퇴를 들었으며, 불면증(51.1%), 우울증(46.6%) 등도 많았다.

소극적 대처로 치료 적기 놓쳐

응답자들이 갱년기증상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취한 방법은 ‘의사 상담’(43.9%)이었으나 상담이 치료로 연결된 것은 일부였다. 많은 여성들이 폐경을 ‘노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식해 치료를 하지 않거나(18.2%), 운동 및 식이요법(11.6%),‘건강식품(5.6%)’ 등을 이용했으며, 호르몬치료를 받은 여성은 전체의 16.2%에 불과했다. 갱년기 증상 해결책으로 호르몬치료를 꼽은 사람은 39.6%였으나 실제 이 치료를 받은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친 것. 이처럼 갱년기증상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는 치료 적기의 상실로 이어졌다.

호르몬치료를 받은 68% 중 갱년기증상이 나타난 직후부터 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여성은 44.8%로 과반수에도 못 미쳤다. 이는 ‘가능한 한 빨리 호르몬치료를 시작하라.’고 권고한 최근의 국제폐경학회 치료 가이드라인과는 다른 현상이다.

왜 이처럼 호르몬치료를 기피하는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 실제로 호르몬치료를 받지 않는 폐경 여성 84명 중 22.6%는 부작용을,20.2%는 암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호르몬치료 기피 이유로 들었다.

호르몬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이유도 ‘부작용 때문’이 가장 많았다. 호르몬치료를 받은 사람의 70.6%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54.1%가 체중 증가 등 체형 변화를 들었다. 체중 증가 정도는 23.8%가 2㎏,30%가 3㎏,41.3%가 4㎏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유방통과 위장장애도 각각 16.4%,13.1%였다.

암 유발 등 부작용 실제보다 과장

암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정구(대한폐경학회장) 교수는 “호르몬치료에 따른 부작용 위험이 실제보다 과장됐으며, 그나마 위험은 주로 6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해당돼 40∼50대 여성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보다 유방암 환자수가 훨씬 많은 미국에서 평균 63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WHI(호르몬요법과 암과의 연관성 조사)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 원안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도 “호르몬치료는 갱년기증상 개선뿐 아니라 노년기의 골다공증 및 골절 예방, 대장암 발생률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며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적절하게 호르몬제제를 사용하면 삶의 질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스터디 국제폐경학회장은 “많은 여성이 갱년기증상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호르몬치료 여부는 개개인의 득실을 따져 결정될 문제”라며 “호르몬치료가 유방암 발생률을 24% 높인다는 2002년 WHI 연구는 조사 대상국의 인구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돼 2007년 재연구를 시행한 결과 호르몬치료와 유방암 발생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었으며, 이 치료가 오히려 대장암 발생률을 37%나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2007-06-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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