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이지 않은 주인공 캐릭터가 대단히 일상적인 공간(고등학교)에서 전혀 호들갑스럽지 않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그 점에서 영화는 과잉유머와 신파에 기댄 ‘그렇고 그런’ 코미디 범주에서 제외되는 특권을 누려도 좋겠다.
몰래 치마를 입어보거나 빨간 립스틱을 발라보는 주인공 동구(류덕환)는 겉보기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 엄마(이상아)가 가출해버린 집은 아버지(김윤석)의 술주정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산뜻함과는 거리가 먼 수도권 도시(인천)의 변두리 마을이 배경이지만, 영화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담담한 유머감각으로 풀어가는 재주를 부린다. 일본어 선생님(초난강)을 좋아하면서 여자가 되려는 동구의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상금이 걸린 교내 씨름부에 들어간다.
“무엇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을 뿐”이라며 울먹이는 범상찮은 주인공에게 관객이 점차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 건 이 영화만의 특별한 요령이다. 공감하기엔 한계가 많은 주변적 소재임에도, 차분히 이야기를 살붙여가는 성숙한 화법이 코믹영화의 외연을 넓혔다.
주인공에게 있어 ‘여자되기’는 어쩌면 희망이 차단된 답답한 현실의 몸부림일 수도 있다. 현실의 냉대에 자포자기한 아버지의 캐릭터를 통해 노동자와 실업문제 등 묵직한 사회적 함의까지 두루 껴안았다. 기교 부리지 않은 수수한 화면, 심심할 만큼 절제된 음향효과 등이 데뷔감독들(이해영·이해준)의 배짱을 말해주는 듯하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