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취하니 ‘재기 꿈★’ 눈앞에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1층에 ‘청미래’가게가 오픈했다. 커피전문점과 화원, 택배사로 구성된 청미래는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알코올 의존자들의 직업재활훈련소다. 일반 사업체와 다름없는 이곳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10명의 단주자들이 재기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알코올 의존자들의 희망의 일터다.
경기도 일산의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위치한 알코올 의존자 직업재활훈련소 ‘청미래’ 가게의 카페 내부 모습.
직원이 10명이나 되는 청미래의 부서장 백덕수씨도 한때는 술에서 입을 떼지 못했던 알코올 의존자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54년 평생을 술에 절어 살아왔다.“아버지, 어머니의 술 취한 모습을 보면서 자랐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 술을 마시면 성을 간다고 다짐을 했죠.”하지만 어느새 부모님의 모습을 닮고 있었다고 한다.“내가 4남4녀예요. 근데 다들 술로 세상을 떴죠. 지금은 1남1녀밖에 남지 않았어요. 술을 끊겠다고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경비일을 하면 술을 마시기 힘들다고 해서 2년간 경비도 했는데 그래도 마시게 되더라구요.”그러다 지난 여름 그는 알코올 치료 병원을 찾게 됐다.“어느날 자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쟤도 10년 후엔 나처럼 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구요. 내 대에서 술과의 악연을 끊어야 되겠다 싶어서 도움을 청하게 됐죠.”백씨와 청미래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병원에 입원해 해독 치료를 2개월간 받고, 알코올 의존자들의 쉼터인 ‘감나무집’에서 6개월간 생활훈련을 받고 나서 청미래에 합류하게 됐다. 직원들의 투표로 부서장 자리에 오른 백씨는 이제 1년간 청미래의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보람찬 재기의 터전’
백 부서장과 같이 각종 사연으로 술에 의지했던 이들이 참여하는 청미래 사업은 순항 중이다.4명의 직원이 카페에서 일하고,2명이 화원을 돌보고 있다. 또 3명은 지하철 택배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2개월간은 일을 배우는 시범 사업 기간이었지만, 벌써 3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음주문화연구센터의 조현섭 본부장은 “5,6월 두 달간 청미래가 올린 매출은 모두 2000만원이고, 그 중 순수익이 300만원이었다. 덕분에 청미래 직원들에게 15만원씩의 상여금도 줄 수 있었다.”며 순조로운 출발을 기뻐했다.
●“창업 구상중이에요”
또한 이들에게 청미래는 현재의 일터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희망이자 재기의 발판이기도 하다. 모두들 청미래에서의 경험을 살려 사회에 진출할 날을 손꼽고 있다.
화원을 맡고 있는 정모(주부)씨는 청미래를 통해 창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술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청미래 화원에서 일하면서 자격증을 준비해 꽃집을 차려 볼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전직 요리사였던 김영민씨도 “20여년간 일식요리를 했기 때문에 청미래 카페 일은 적성에도 딱 맞아 만족한다.”며 “카페 일을 하면서 창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글 사진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청미래’ 참여하려면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운영하는 ‘청미래’사업팀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금주를 결심한 알코올 의존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우선 가까운 알코올 상담센터를 찾는 게 좋다. 카프병원 등 알코올 의존증 치료 전문병원을 직접 찾을 수도 있지만, 전국 26개 알코올 상담센터에서 먼저 상담을 받고 병원을 소개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2∼3개월간 입원해 해독치료와 합병증 치료, 정신과적 상담치료 등을 받게 된다. 병원 치료 후에는 알코올 상담센터나 정신보건센터 등에서 상담을 받거나, 사회복귀시설을 소개받는 게 좋다. 사회복귀시설은 가정이나 사회로 돌아가기에 앞서 생활훈련을 받는 곳으로 대표적인 곳이 ‘감나무집(남성용)’과 ‘향나무집(여성용)’이라는 거주시설이다. 이 두 곳은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알코올 의존자 전용 거주시설로, 공동체 생활을 몸에 익히고 직업재활훈련까지도 받을 수 있다. 거주비용도 한 달에 18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청미래는 이처럼 병원치료와 사회복귀훈련을 마친 후에 참여할 수 있는 직업재활훈련이다. 보통 1년 이상의 금주로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난 단주자들이 자립을 위해 거치는 과정이다. 청미래는 노동부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채택돼 직원들의 인건비가 월 70만원씩 지원된다. 현재 청미래는 직원 10명 정도의 규모지만 단계적으로 인원을 확충해 50명 이상의 중소업체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2006-07-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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