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 리포트] (12) 살아나는 소비산업

[인디아 리포트] (12) 살아나는 소비산업

이기철 기자
입력 2006-07-19 00:00
수정 200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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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수입 늘고 경제성장 기대감에 ‘지갑 활짝’

|뉴델리 이기철특파원|뉴델리의 다국적 정보통신(IT)기업 테이타윈드 상무이사인 안슈만 싱(29)씨 부부는 외아들 쿠샤그라(7)와 함께 뉴델리 외곽 신도시 구르가온의 수샨트 로크에 산다. 이들이 사는 방 4개짜리 아파트는 회사에서 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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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의 유일한 종합쇼핑센터 ‘안살플라자’를 찾은 인도인들이 활기차게 쇼핑가를 돌아보고 있다. 뉴델리 이기철특파원 chuli@seoul.co.kr
뉴델리의 유일한 종합쇼핑센터 ‘안살플라자’를 찾은 인도인들이 활기차게 쇼핑가를 돌아보고 있다.
뉴델리 이기철특파원 chuli@seoul.co.kr
거실 벽에는 이들 가족의 꿈인 5500만루피(1억 3750만원 상당·1루피는 25원 기준)짜리 초호화 자동차 마이바흐 사진을 붙여두고 있다. 마이바흐를 빼고도 그들에겐 꿈이 있다.“유럽풍의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수영장을 만들고…” 월 6만루피(150만원 상당)를 받는 IT 회사 렘코 중역인 부인 지티카(27)의 희망사항이다.

TV채널 ‘디스커버리’를 보던 쿠샤그라는 광고에 소개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를 꿈꾼다.“엄마, 우리 언제 저기 가죠?”라고 아들이 묻자 “내년 초 미국 여행 계획이 있단다. 그때 가자.”라고 엄마가 답한다. 내 집 마련과 자동차 구입 등 이들 가족이 꿈을 이루려면 적어도 2000만루피(5억원 상당)가 든다.

이렇듯 인도에는 소비 심리가 꿈틀거린다. 최근 2∼3년 사이 세계 명품 브랜드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루이뷔통, 샤넬, 불가리, 크리스티앙 디오르….5성급 호텔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명품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인도인을 중심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다. 해외여행객은 2002년 490만명에서 2004년 62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공항 면세점 등을 통해 명품의 매력을 먼저 만끽하고 있다. 라나 고시 타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도는 부의 과시 수단으로 전통적인 금에서 명품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다.”며 “5년 내에 세계에서 2∼3번째 큰 명품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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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인도인의 구매력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인도응용경제연구소는 연간 21만 5000루피(537만 5000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가구가 1996년 120만에서 올해 520만 가구로 4배나 증가했다. 또 연간 1000만명이 절대 빈곤선에서 탈출, 예비 소비계층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순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인도인의 소비 성향은 66%대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사람들은 사야 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미국의 AT커니는 인도를 2005년 이후 2년 연속 소매개발지수 1위 국가로 꼽았다. 소매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세계 최고로 평가했다.2004년 소매유통 시장은 1800억달러에서 24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해 한국의 유통분문은 고작 407억달러. 인도의 소매 유통에서 현대적인 판매망을 갖춘 공식부문이 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가 비기업형, 재래형이어서 특별한 신고나 허가절차가 없는 자생적 상점이다. 재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공식부문의 유통은 늦지만 황소걸음으로 전진 중이다. 단일 브랜드의 경우 올 2월에서야 비로소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51%까지 허용했다. 반면 소매 유통에 대해서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프라카시 사이 인도공과대(IIT) 경영학부 교수는 “98%에 이르는 전국의 영세 소매업자의 반발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 때문에 소매유통을 쉽게 개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델리와 뭄바이를 중심으로 쇼핑몰 건설이 붐이다. 쇼핑몰 면적은 연 117% 가량 증가하고 있다.2001년 3만 3302평에서 지난해 74만 2011평으로 늘어났다. 매장 수도 2003년 25개에서 올해는 220개로,2010년 6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매유통 개방에 대한 청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회의당과 야당인 BJP당은 모두 개방을 지지하고 있다. 관료들도 개방에 적극적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개방 압력도 거세다. 만모한 싱 총리와 카마 나드 상공장관은 “올해 안으로 유통시장 개방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유통시장을 전면적인 것이 아니라 제한적·단계적 개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집권당에 연합정당으로 참여하고 있는 공산당은 실업증대를 이유로 개방을 반대하는 것이 걸림돌이다.

chuli@seoul.co.kr

인도 백화점 가보니

|뉴델리·하이데라바드 이기철특파원|인구 1300만여명의 인도 수도 뉴델리에는 백화점이 없다. 쇼핑은 주로 재래시장에서 하거나 뉴델리 유일의 종합쇼핑센터인 ‘안살플라자’를 찾는다. 안살플라자는 반원 형태의 3층짜리 건물 두 동이 마주보면서 큰 원을 이루고 있다. 의류를 중심으로 식당가 등이 형성돼 있다.

지난 11일 금융중심지 뭄바이 연쇄테러에서 보듯 불안요소가 많다. 건물마다 경비가 무척 삼엄하다. 입구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돼 있다. 옆에는 회갈색 군복 차림의 보안요원이 감시의 눈을 번득인다. 안에 들어서면 가게마다 다시 보안요원들이 있다.2층 ‘뮤직월드’의 보안요원 비나이는 “테러 방지를 위해서 가방은 갖고 들어갈 수 없다.”며 제지했다. 번호표를 받고 가방을 넘겼다.70평 남짓한 크기의 뮤직월드에는 음악과 영화 CD·DVD, 게임기 등을 진열, 판매하고 있다. 음악 CD는 1장에 160루피(4000원). 관리직원 쿠마라네는 “젊은이들이 하루 600∼1000명 정도 오며 뉴델리에서 몇 안되는 엔터테인먼트 매장”이라고 자랑했다.

그 옆에는 청바지 ‘게스’ 매장.30평의 매장에는 청바지가 걸려 있다. 여직원 아초모노는 “20∼30대 여성고객이 대부분으로 하루 80∼100명 정도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붙어 있는 가격대가 만만찮다. 하나를 집어 들어보니 8995루피(22만여원)였다. 옆의 것은 6999루피(17만여원)였다. 아초모노는 “청바지는 전부 수입산이고 관세가 많이 붙어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6번째 도시인 하이데라바드의 5층 건물 ‘센트럴백화점’. 실내 음악은 시끌벅적했고, 젊은 남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하 1층 주차장엔 쇼핑객들의 오토바이가 빼곡하게 주차돼 있다.

이런 인도 소매 유통시장에 세계의 기업들이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인도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유통회사는 세계 1위 월마트이다. 월마트는 2005년 인도에서 섬유와 액세서리 제품을 12억달러어치나 수입했던 것을 강조하며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테스코도 ‘홈케어마트’와 제휴,2010년까지 50개의 매장을 개점할 계획이다. 인도가 세계 유통 춘추전국의 중심지로 예고되고 있다.

chuli@seoul.co.kr

■ 황인도 롯데제과 인도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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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도 롯데제과 인도 법인장
황인도 롯데제과 인도 법인장
|첸나이 이기철특파원|
“인도의 유통시장은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대중들에게 아주 싼 가격으로, 부유층에겐 최고급 명품으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

황인도 롯데인도 법인장은 “인도가 개방경제로 전환한 지 16년째이지만 유통은 여전히 문을 닫고 ‘쇄국’을 유지하고 있고 재래시장이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2004년 5월 인도로 진출했다. 황 법인장은 남부 첸나이에 본사를 둔 ‘패리스제과’를 진단하기 위해 재무팀장으로 인도에 발을 내디뎠다. 진단결과 인수가 매력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1900만달러(240억원 상당)로 주식공개상장(IPO)을 통해 80.39%의 지분을 매입, 인수했다.

사탕과 껌을 생산하는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롯데는 외국기업에 빗장을 걸어 잠근 소매유통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인도에는 600만개의 소매점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과자를 파는 곳이 350만개다. 롯데 제품을 취급할 소매점포 60만개를 확보했다.”

하지만 물류비용과 시간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한다.“첸나이에서 수도 뉴델리까지 제품을 싣고 오가는 데 한 달이 걸린다. 주마다 주세(州稅)가 다 달라 판매할 때 곤혹스럽다. 또 아삼 등 서뱅골지역에 들어가려면 다시 ‘보호지역입국허가(PAP) 비자’를 받아야 한다.”

롯데인도는 폰디체리의 제과공장(3000여평), 첸나이 시내 공장터(1만여평), 첸나이 포드자동차 옆에 연구개발센터(1500여평) 부지가 있다.“첸나이 시내의 공장터는 공해문제 등으로 2001년 폐쇄됐다. 살 때 20억원 가량 들었는데 지금은 5배 정도 올라 100억원을 웃돌지요.”

그는 첸나이 시내 땅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호텔은 허가가 가능하다는데 서울 잠실 롯데월드와 같은 위락시설의 허가를 안 내줍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chuli@seoul.co.kr
2006-07-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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