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645)-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8)

儒林(645)-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8)

입력 2006-07-12 00:00
수정 2006-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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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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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을 머물고 여삼은 동트기 전 신 새벽에 행장을 차리고 서당을 나섰다. 떠나기 전 나으리께 문안인사를 올려야 한다고 완락재 앞에서 여삼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나으리, 기침하셨습니까.”

아직 새벽이었는데도 방안엔 불이 켜져 있었다. 여삼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퇴계의 일상생활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나으리가 잠자리에서 깨어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구신가.”

“여삼입니다요.”

“무슨 일인가.”

“날이 밝기 전에 먼 길을 떠나야 하옵기에 문안인사를 여쭙니다.”

“잠깐 기다리게나.”

‘퇴계언행록’에 의하면 퇴계는 ‘항상 날이 밝기 전에 반드시 일어나 갓을 쓰고 띠를 띠어서 서재에 나가면 얼굴빛을 가다듬고 단정히 앉아서 조금도 어디에 몸을 기대는 일이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러한 퇴계의 율신(律身)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곧이어 서재의 문이 열리는데 과연 퇴계는 갓을 쓰고 띠를 두른 정제한 모습이었다.

“아침은 드셨는가.”

“아닙니다요, 나으리. 가야할 길이 멀어 서둘러 떠나려 하나이다.”

“그럼 잠깐 부엌에 가서 물동이를 들고 따라 오시게나.”

여삼이가 부엌에서 작은 물동이를 들고 서당 앞 뜨락으로 나서자 퇴계는 이미 우물 옆에 서서 여삼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물 옆 후박나무 옆에서는 시끄러운 소리로 까마귀가 우짖고 있었다. 제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어둑새벽이었다.

여삼이가 물동이를 들고 오자 퇴계는 두레박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우물 속에 집어던졌다.

“아이구, 나으리.”

여삼이가 당황해서 퇴계의 손에서 두레박을 빼앗으려 다가서며 말하였다.

“쇤네가 물을 긷겠나이다.”

“아니다. 내가 직접 물을 긷겠다.”

퇴계는 천천히 두레박에 물이 가득 담겨지기를 기다려 이를 끌어 올리며 대답하였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새벽에 길어 올린 물을 뭐라고 하는지 알고 있는가.”

“정화수라고 하지 않습니까요, 나으리.”

“그렇다. 이른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정화수라고 부른다. 물의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어 물의 으뜸이라고 부르지.”

퇴계는 손수 길어 올린 우물물을 동이에 부었다. 한번 길어 올린 우물물로 동이가 가득 차지 않았으므로 퇴계는 다시 두레박을 던져 물을 길어 올렸다. 반쯤 찬 동이에 물이 흘러 넘치도록 가득 따라 주고 나서 퇴계는 여삼을 쳐다 보며 말을 이었다.

“이 물을 두향 아씨께 전해 드리게나.”

퇴계는 후박나무의 잎을 따서 직접 아가리에 닫고 물이 흘러 넘치지 않도록 새끼로 단단히 여미며 말하였다.
2006-07-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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