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숙칼럼] 사학, 숫자부터 줄여야 한다

[신연숙칼럼] 사학, 숫자부터 줄여야 한다

입력 2006-01-12 00:00
수정 200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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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에 야당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 겉돌고 중·고교 신입생 배정을 받느니 안 받느니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사학법 사태를 보면서 의아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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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숙 논설실장
신연숙 논설실장
학교가 사유재산이라는 사학 관계자들의 발언이 우선 놀랍다. 학교 이사회 개방이 사유재산침해라면 교육사업을 개인기업쯤으로 알았던 것 아닌가 한다. 비리사학을 감사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자 몇시간 만에 신입생배정 거부를 철회한 것도 그렇다. 사학 속을 알길없는 일반인들로서는 구린 게 많긴 많은가보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학생을 안 받겠다는 사학들의 엄포도 황당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특정 사학에 강제로 특정 학생들을 받으라고 떠다미는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닌 듯싶다. 무엇이 문제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혼란스러운 느낌과 함께 몇년 전 미국에서 사립중·고교 6곳을 차례로 돌아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사학이 너무 많고, 사학다운 사학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 사학에도 잘못이 있지만 국가에도 책임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맡아야 할 보편교육의 태반을 사학에 떠다미는 양상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사립의존율은 2005년 학생수 기준으로 중학교 18.9%, 고등학교 49.3%에 이른다. 전문대는 96.2%, 대학은 77.4%다. 대학까지가 국공립 체제인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예외라 치고, 중·고교 교육의 사립 의존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비정상적으로 크다. 사학은 기원으로 볼 때 공교육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갖지만 근대국가 형성 이후 선진국들은 공교육체제 완성과 함께 중·고교 학생의 90% 이상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미국 사립학교들의 경우 오랜 역사의 학교들도 공교육이 좋아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버지니아주에 있는 한 여학교는 기숙학생과 일반학생을 혼합해 운영하다 최근에는 남녀공학으로 형태를 변경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한 학급당 10명 내외의 밀착식 수업, 다양한 체육·과외·봉사활동 기회부여, 종교교육 등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버금가는 비싼 등록금과 공교육 품질의 향상으로 학생수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물론 동북부의 최상급학교와 최근 한국 등 아시아권 조기유학생들이 몰려드는 학교는 다르지만 적어도 중고교 공교육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있는 게 선진국의 교육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사학에 보편교육을 떠맡기고 있는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사학은 1969년 중학교 무시험제도와 1974년 고교평준화제도 도입, 유별난 교육열로 인한 교육수요 폭발에 맞추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비정상적인 팽창을 가져왔다. 정부지원금을 바라보며 너도나도 학교를 만들다 보니 운영은 부실해지고 정부의 규제로 건학이념이라곤 온데간데 없는 사학의 공립화현상이 초래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교육체제의 강화와 사학의 정비를 권고하고 싶다. 사학들이 원하는 대로 전면감사를 실시하여 부실사학은 정부가 과감히 인수하자. 정부지원을 받으며 투명하게 운영할 사학은 그것대로 키우되 다양한 교육 욕구에 부응해 특색있는 교육을 할 자립형 사립고도 과감하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 혁신형 국공립이든, 자립형 사립고든 특성화 교육을 한다며 성적순 선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단서다. 입시교육, 학벌폐해가 심각한 한국적 현실과 우수학생과 우수교사 등이 모두 빠져 나가는 공교육 공동화 현상을 고려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yshin@seoul.co.kr
2006-01-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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