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361)-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儒林(361)-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입력 2005-06-07 00:00
수정 2005-06-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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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이처럼 퇴계는 주자를 ‘자신의 어두움’을 깨트리는 ‘밝은 해’로 비유하였을 뿐 아니라 주자의 진리는 삼라만상 모든 것에 깃들어 있는 백세의 스승으로 섬기고 있었던 것이다.

퇴계의 이러한 태도는 또 다른 애제자 이덕홍(李德弘)이 찾아와 물었던 질문에 대답한 퇴계의 내용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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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홍이 퇴계에게 ‘재질이 노둔하고 뒤처지므로 과연 제대로 학문을 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근심하며 묻자 퇴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해준다.

“공자의 문하에서 도를 전한 사람은 바로 재질이 우둔하다고 알려져 있던 증자였다. 그러니 어찌 노둔하다고 걱정을 하겠느냐. 다만 노둔한데도 독실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근심일 따름이니라.”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은 절구 한 수를 지어 이덕홍에게 전해준다.‘완락재에서 우연히 쓰다(齋中偶書)’라는 제목의 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네 편으로 나누어 풀 매는데/한 편은 느릿느릿, 손 빠른 세 편이/모두 그를 꾸짖네.

빠른 사람이 뿌리 남겨/번거롭게 다시 뽑으니, 느린 자만 못하겠네, 처음부터/모조리 뽑아 버린 것만.(四兵耘草一兵遲 捷手三兵共伊 捷者留根煩再拔 不知遲者盡初時)”

자신의 노둔함을 근심하는 제자를 격려하기 위해서 준 퇴계의 이 절구는 유명한 주자의 일화를 인용한 것이었다.

‘주자의 말씀을 분류함(朱子語類)’이라는 언행록에는 주자가 제자들에게 주는 교훈이 명기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주자는 병산(屛山) 서당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여러 문인들과 함께 높은 산에 올랐는데, 풀이 무성한 것을 보고 여러 편으로 나누어 풀을 매게 하였다. 한편은 뿌리까지 찾아 뽑아버렸는데 그리 많이 김을 매지 못하고, 나머지가 김 맨 곳은 일제히 끝이 났다. 주자는 김을 다 매지 못한 사람을 보고 여러 학생들에게 물었다.‘여러분들은 여럿이서 김 맨 것을 봤는데 어느 쪽이 빠른가.’ 그러자 여러 학생들이 ‘여러 패가 모두 빠른데 유독 이 한 사람만이 느립니다.’하고 손가락질하며 말하였다. 그러자 주자는 대답하였다.‘그렇지 않다. 내가 보기에는 이 사람만이 빠르다.’ 그래서 여러 패가 김 맨 것을 자세히 보았더니 풀이 모두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 다시 불러와 새로 김을 매도록 하였다. 이에 주자는 다시 말하였다.‘저 패는 비록 그리 빠르지는 않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보면 뿌리까지 찾아 없애도록 하였다. 따라서 비록 한때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오히려 한번으로 공부를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빠른 패의 몇몇은 또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해야 하니, 다만 처음에 빨리 하려고 하다가 실로 소홀히 하여 이렇게 힘을 낭비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보는 것이 곧 학자가 책을 읽는 방법인 것이다.’”

속도가 빠르기보다 다소 늦더라도 뿌리까지 뽑아내는 철저한 공부를 강조한 주자의 가르침은 그대로 퇴계의 평생 학습법이 되었다.
2005-06-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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