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313)-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13)-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입력 2005-03-28 00:00
수정 2005-03-2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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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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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가 이 매화를 얼마나 사랑하였던가는 8개월의 체경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이 매화와의 이별을 슬퍼하면서 ‘한성우사분매증답(漢城寓舍盆梅贈答)’이란 시까지 남기고 있음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행히 이 매선이 나와 함께 서늘하여

객창이 소쇄하여 꿈마저 향기로웠네.

동으로 돌아갈 제 그대와 함께 하지 못하니

서울티끌 이 속에서도 고이 간직하여다오.”

이 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퇴계는 이 매화를 유독 사랑하여 ‘매화의 신선(梅仙)’으로까지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퇴계는 그 매선을 잊지 못하고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이에 기억되는 것이 있으니 지난봄 서울에서 분매를 얻었는데, 매우 아름다웠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집으로 돌아오고 보니 그 분매생각이 그치질 않는다.”

그러고 나서 퇴계는 다음과 같은 영매시를 짓는다.

“잊혀지지 않는구나. 지난해 봄 서울에서

분매 두고 돌아오는 소매 신선바람에 스쳤더니

어찌 오늘에서야 시냇가 나의 서재 속에

황종률(黃鐘律)로 변했으니 그 조화무궁하여라.”

이퇴계가 그처럼 그 매선을 몽매에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나선 사람은 김취려(金就礪). 그는 퇴계가 한양에 머무르고 있을 무렵 가깝게 지내던 문인이었다. 그는 퇴계의 손자 이안도에게 부탁하여 이 분매를 배로 운반하여 안동으로 가져왔던 것이다.

이때가 경오년(1570년) 정월.

퇴계가 숨을 거두던 바로 그해 초였던 것이다.

이 분매를 받자마자 퇴계는 ‘기뻐서 한 구절을 읊다(來喜題一絶云)’라고 시제하고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짓는다.

“붉은 티끌 일만 겁을 초연히 벗어나 속세 아닌 이곳 찾아 이 늙은이와 벗하니

일을 좋아하는 그대가(김취려를 말함)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빙설(氷雪) 같은 그 얼굴 어찌 볼 수 있었으리요.”

퇴계는 유독 그 매분만을 신선으로까지 부르고 있고, 매화의 모습을 빙설로 표현하고 있음인 것이다.

그리고 수명이 다해 임종을 앞두고 있던 퇴계는 이 고고한 능설청향(凌雪淸香)의 벗에게도 작별을 고했던 것이다. 평소 때와 같으면 마지막 고별의 인사로서 손수 물을 주고 싶었을 것이나 몸을 움직일 수 없으므로 시종하는 사람에게 ‘매분에 물을 주라’고 유언하였던 것이다. 이는 4일전 제자들을 불러 죽음과 삶이 갈라지는 마당에서 최후의 고별 인사를 한 것과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연보는 퇴계가 죽기 전의 며칠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12월3일에는 퇴계가 ‘자제들에게 명하여 남에게 빌려온 서적을 모두 반환하라 하고 책을 잃어버리지 말 것을 당부하였으며, 이때 아들 준이 봉화현감으로 있었는데, 감사에게 사직서를 내라고 명하였으며, 가족들에게는 기도하는 것을 금하게 하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죽기 4일전인 12월4일에는 조카 영(寗)에게 유서를 쓸 것을 명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2005-03-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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