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섹스&시티]No 콘돔 No 섹스

[이진의 섹스&시티]No 콘돔 No 섹스

입력 2004-10-14 00:00
수정 2004-10-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며칠 전 아끼던 지갑을 잃어버려서 망연자실하고 있던 중,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새벽에 출출해 편의점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지갑을 두고 왔었나 봅니다.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달려가서 혹시 잃어버린 것은 없나 내용물을 뒤져보았습니다.신분증과 현금 얼마 그리고 지갑 깊숙히 숨겨놓은 콘돔도 그대로였고요.

그런데 지갑을 돌려주는 아르바이트생이 절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군요.아마 제 지갑 속의 콘돔을 보고 ‘꽤나 밝히는 여자’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예전에 친구가 일본에 다녀온 기념으로 막대사탕 포장의 콘돔을 기념품으로 줬습니다.전 그때 처음 콘돔을 지갑 속에 넣고 다녔는데 그 이후로는 콘돔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습관이 생겨 버렸어요.남자친구가 없더라도 콘돔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에티켓이자 자신을 책임지는 방법(피임의 측면에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하나의 사건(?) 이후 저의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였죠.한 친구가 남자친구를 사귀고 얼마 안되서 임신을 덜컥 해버린겁니다.그 친구는 대학에 와서 생애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그 남자친구가 첫 섹스상대였죠.피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 친구는 ‘오빠가 알아서 피임을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순순히 관계에 응했고요.그녀의 오빠는 콘돔을 사용하면 성감이 떨어진다며 절대로 질내사정을 하지 않겠다고 친구를 안심시켰죠,결과는?임신이었죠.

결국 우여곡절끝에 친구는 낙태를 결심하게 됐지만 몸은 상할 대로 상하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죠.그 친구에게 저는 ‘양보할 게 따로 있지.’라고 매몰차게 말했습니다.콘돔 없이 섹스하자는 남자는 거들떠도 보지 말라고 덧붙였습니다.

미혼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피임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다른 방법들은 젊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고 몸에도 무리를 주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최적의 피임법 같고요.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는 항상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죠.

하지만 이 쉽고 당연한 피임법조차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대부분이 남자들 때문이죠.콘돔이 성감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려 하는 남자들이 있습니다.체외사정에는 자신이 있다는 남자들을 많이 봤는데 그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파트너를 존중한다면 여자가 콘돔 사용을 권할 때 순순히 응해주는 것이 맞는 것인데 말이죠.이런 의미에서 지갑에 콘돔을 가지고 다니는 남자는 매너가 좋은 것으로 봐도 무방할겁니다.

그렇다면 여자의 지갑에 콘돔이 있을때는?밝히는 여자?아닙니다.‘No 콘돔,No 섹스’를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겁니다.
2004-10-14 3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