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찬이 본 ‘2005 파리컬렉션’

심우찬이 본 ‘2005 파리컬렉션’

입력 2004-10-13 00:00
수정 2004-10-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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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함혜리특파원| ‘더욱 여성스럽게,더욱 고급스럽게,그러나 자유롭게‘

내년 봄·여름의 유행 키워드는 하이퍼 페미니티,울트라 시크,로맨틱 이그조티즘,네오 히피룩이 될 전망이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2005년 봄·여름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컬렉션에서 톱 클래스의 디자이너들은 최근 3년간 강세를 보인 여성성과 이국풍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를 보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변형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우아함을 추구하면서도 격식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현대여성을 타깃으로 한 의상들이다.

①②샤넬 ③발렌티노④랑방의 울트라 시크 …
①②샤넬 ③발렌티노④랑방의 울트라 시크 … ①②샤넬 ③발렌티노④랑방의 울트라 시크 컬렉션.⑤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루이비통.⑥실용성이 돋보이는 크리스챤 라크르와의 트위드 재킷.⑦장 폴 고티에의 네오 히피룩.⑧피날레를 장식한 디오르의 반전 프린트 의상.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패션컨설턴트 심우찬(‘파리여자·서울여자’의 저자)씨의 도움말로 내년 봄·여름의 유행경향을 이번 파리컬렉션을 통해 알아본다.

이번 컬렉션의 특징을 요약한다면.

-한가지 특징을 딱 꼬집어 낼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만큼 다양한 문화와 경향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해외 여행이 대중화되고 인터넷 등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이에 걸맞은 ‘세계적인 문화’에 근거해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받기 때문입니다.아프리카나 인도의 전통의상에서 비롯된 이국풍과 1960년대 팝아트,70년대 히피룩 등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그러면서도 초점은 3년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여성성에 맞춰져 있고 기본적으로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샤넬이나 디오르,셀린 등 유명 브랜드의 경우는 어떤가.

-기성복을 뜻하는 프레타포르테는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을 보여주기 위한 오트쿠튀르(고급맞춤복)와 달리 상업성이 중요시됩니다.유명 브랜드라고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지요.

독자적인 라인을 발표해 온 샤넬,디오르,루이뷔통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각 메이커의 독특한 분위기는 유지하되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밀라노 컬렉션에 소개된 프라다,질 샌더 등도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우찬 패션 컨설턴트
심우찬 패션 컨설턴트 심우찬 패션 컨설턴트
소재 측면에서 두드러진 것이 있다면.

-오간자 등 가볍고 고급스러운 소재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우아함을 돋보이게 하는 레이스와 속이 비쳐보이는 얇은 망사를 사용하기도 하고,화려함을 강조할 수 있는 반짝이는 소재(스팽글 등)들이 이브닝드레스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프린트된 소재도 눈에 띕니다.앞서 밀라노 컬렉션의 돌체 앤 가바나는 동물 문양 프린트 가죽을,런던컬렉션의 폴 프랭크는 꽃무늬 프린트를 주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액세서리는 어떤 것들이 주로 사용됐는지.

-액세서리는 크고 강하게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고 아프리칸 스타일의 커다란 목걸이가 히피룩,이국적 정취의 의상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습니다.

모자 특히 밀짚으로 된 중절모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라거펠드 갤러리,장 폴 고티에 컬렉션에서는 모델들이 드레스에도 모자를 쓰고 나왔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유명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데뷔무대를 가진 것으로 아는데.

-이번 시즌에 새로 선보인 디자이너들이 많았습니다.톰 포드가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구치와 결별하면서 그가 맡았던 구치 여성복은 알렉산드라 파치네티가,이브생로랑 리브고슈는 스테파노 필라티가 각각 맡았습니다.셀린에서는 마이클 코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로베르토 마니체티가 그의 첫번째 컬렉션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습니다.전임 디자이너들의 명성이 워낙 자자해서 그들의 그림자를 지워버리기에는 좀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중간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고 봅니다.

파리 컬렉션이 밀라노에 비해 우월하게 평가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밀라노는 원단 회사와의 긴밀한 협조가 강조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디자인 측면에서 창의성이 떨어집니다.지나치게 소재의 변화에 치중하고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아르마니,프라다,질 샌더,돌체 앤 가바나,펜디 등 밀라노 컬렉션의 의상들은 새로운 유행을 만든다기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봅니다.반면 파리는 실용성은 결여됐으나 창의성 측면에서 강하기 때문에 모든 유행은 파리에서 시작된다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파리 컬렉션도 실용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렇습니다.그동안 쇼를 위한 컬렉션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실용성을 감안한 디자인들이 대거 선보였습니다.대표적인 사례가 디오르였습니다.의상사 박물관에나 소장해야 할 것 같은 화려한 의상을 발표해 왔던 디오르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이번에는 트위드 재킷,니트,카디건,티셔츠 등 당장 입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입기에 부담이 없는 의상들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습니다.갈리아노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성적인 분위기가 강세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겠죠.의상은 옷장에 모셔 놓기 위해 구입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컬렉션을 꼽는다면.

-네덜란드 디자이너인 빅터 앤 롤프의 컬렉션을 꼽고 싶습니다.굉장히 전위적인 디자인과 획기적인 쇼형식을 선보여 온 이들은 이번 컬렉션에서는 랑콤과 제휴한 자신들의 첫번째 향수 ‘플라워 봄브’를 발표하는 것과 때를 맞춰 향수의 개념을 시각화한 창의적인 의상들을 발표했습니다.‘플라워 봄브’ 향수의 상징인 리본을 다양하게 변형해 활용한 파격적이고 기발한 의상들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디오르 쇼에서 존 레넌의 이메진 등 1970년대의 평화와 사랑을 주제로 한 음악들을 배경으로 ‘디오르,낫 워’라는 글씨가 등에 프린트된 의상들로 피날레를 장식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lotus@seoul.co.kr
2004-10-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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