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혜리 특파원의 파리지앵 스타일] ‘패션의 나라’ 이유가 있더라

[함혜리 특파원의 파리지앵 스타일] ‘패션의 나라’ 이유가 있더라

입력 2004-07-21 00:00
수정 200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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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술사’ 크리스티앙 라크르와(Christian Lacroix·53)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당대 최고의 패션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남프랑스 아를 출신으로 화려한 색상과 현란한 디자인이 특징인 그는 외국 디자이너들이 판치는 오트쿠튀르 세계에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으며 연극 및 오페라 의상 디자인에서도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가 ‘프티 라루스 그림사전( Le Petit Larousse illustre)’의 100주년 기념판인 2005년도판 표지와 알파벳 문양을 디자인했다.

간결하고 정확한 설명,풍부한 도판,방대하고 다양한 표제어 등으로 유명한 ‘프티 라루스’는 프랑스에서 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든 대중이 참고하는 대표적인 소형 백과사전으로 통한다.이 사전의 초판이 나온 것은 1905년 7월 29일로 아르누보 시대의 화가인 유젠 그라세가 라루스의 상징인 민들레 홀씨를 부는 여인을 그래픽으로 그려 표지를 장식했다.

100년 뒤에 만들어진 2005년판의 표지에도 역시 민들레 홀씨를 부는 여인이 등장한다.라크르와의 작품이란 것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핑크와 보라색,붉은색,연두색 등이 어우러져 훨씬 더 화려해지고 아름다워졌다.집에 한권쯤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프랑스 가정의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라루스 그림 백과사전의 표지와 알파벳 문양의 디자인을 패션디자이너가 맡았다는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패션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으며 패션디자이너와 패션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식이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패션을 단순히 ‘유행따라 옷입기’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접근했으며 그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오트쿠튀르와 프레타포르테 패션쇼를 위해 루브르 박물관이나 앵발리드 앞 광장 등 역사 유적지를 개방하고,패션 디자이너를 예술가로 대우하고 있으며 국립의상박물관과 파리시립 패션박물관을 세워 패션을 역사와 문화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은 프랑스하면 패션을 떠올리고,패션을 얘기할 때에는 프랑스를 빼 놓지 않는다.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로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프랑스의 패션이 꾸준히 발전하고,패션 강국으로서의 명성을 잃지 않고 있는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lotus@seoul.co.kr
2004-07-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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