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요? 제가 그 쪽의 끼는 좀 있나봐요.순간적인 상황 몰입이 빠르다는 말을 듣는 편인데다 즉흥 연기를 해도 파트너 연기자나 감독님이 덜컹거리지 않는 걸 보면요.주위에서 좋게 봐준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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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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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못지 않은 조연배우로 각광받다 지난해 ‘동해물과 백두산이’에서 데뷔 13년만에 주연으로 발딱(?) 일어선 배우 공형진(35).두번째 주연 작품 ‘라이어’(제작 씨앤필름) 개봉(23일)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연극을 토대로 한 작품인데 짜임새 있는 구성,탄탄한 배우(?)가 만난 웰빙 코미디입니다.우리 코미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거죠.”
예의 ‘따발총 입심’은 ‘라이어’자랑으로 말문을 연다.논리까지 갖춘 ‘말짱’(?)인지라 막지 않으면 끝없이 이어질 태세다.두번째 주연에 대한 소감으로 화제를 돌렸다.정준호와 호흡을 맞춘 ‘동해물과‘에 이어 이번에도 주진모와 함께 ‘투톱 주연’이지만 그의 비중이 높아진 건 확실하다.어깨나 말 등에 힘이 들어갈만도 하지만 전혀 느낄 수 없다.
“외부의 시선이나 대우도 달라졌고 그에 따른 부담도 늘었지만 저는 주·조연 개념이 별로 없습니다.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그의 꿈은 ‘빛나는 배우’다.99년 유인촌이 대표로 있는 극단유의 배우로 입단한 뒤 ‘택시 드리블’‘보석과 연인’‘종이풍선’등에서 연기수업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연극은 배우라면 꼭 거쳐야 할 코스같습니다.영화판에 온 뒤 게을러 거의 무대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을 늘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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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밖에서 만난 그는 진지했다.다양한 이미지로 변신하면서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영화 속 분위기와는 다르다.심지어 애드리브에 대해서도 그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그거요? ‘과하면 독’이에요.장면이나 상황을 윤택하게 하고 자기를 돋보일 수 있는 개인기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하모니가 깨질 수 있는 역기능도 있어요.호흡을 맞추는 배우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감독이 그 신에 담으려는 목적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합니다.”
말을 나눌수록 그가 남을 웃기는 데는 한껏 너그럽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함을 알 수 있다.대중문화계의 살벌함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는지라 ‘스타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에게 허와 실을 들려준다.“연예인이 선호도 1위 직업이잖아요.좀 건방지게 들릴 지 모르지만 아마 상위 5%의 모습만 봐서 그런 거 같아요.겉모습만 보고 부나방처럼 덤빌 게 아니라 인생을 걸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생긴 다음에 뛰어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코믹배우.특히 억지로 짜내지 않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안기는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아마 그가 ‘웃긴다’는 말에 강박관념에 눌리지 않는 데서 나오는 장기인 듯하다.“제 작품을 잘 보세요.일방적으로 관객을 웃기려고 한 게 아니에요.모두 휴머니티가 녹아있는 드라마인데 그 속에 제 역이 그렇게 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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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소화한 캐릭터를 돌아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음란 비디오를 만들어 파는 양아치(‘파이란’),사기치는 게 부업인 관광가이드(‘남남북녀’),능청스러운 철가방(‘위대한 유산’),엄살심하고 사고뭉치인 북한병사(‘동해물과 백두산이’)….이번에 ‘라이어’의 캐릭터도 약간 달라진다.이제까지는 주로 먼저 코믹함을 내뿜었는데 이번엔 주진모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받은 뒤 한 템포를 늦췄다가 튕겨준다.
그의 연기철학은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한 ‘욕’ 연기에 응축돼 있다.
“제 연기의 메타포는 ‘실감나는 욕’입니다.다만 맛깔스러우면서도 기분나쁘지 않은 욕을 만드는 데 주력합니다.알고 보면 우리는 희로애락을 모두 욕으로 표현하잖아요.이성으로 자제하고 있지만 그 감정이 극에 이르거나 아무도 보지않을 때는 한마디씩 흘러나오잖아요.그걸 제가 대신 해주니 관객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모습에 “혹시 이것(진지한 답변)도 연기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게 연기면 얼마나 힘들겠어요?”라고 정색을 하고 반문한다.그 모습이 더 웃긴다.그래서 사람들은 완성도가 낮은 영화를 본 뒤에도 “그래도 공형진 때문에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 나 찾아봐라
90년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공형진이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는 20여편.자신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대뜸 ‘파이란’을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았다.
#파이란=평생 못잊을 영화다.최민식 선배와 함께 촬영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스타 배우란 그저 떨어지는 게 아니구나…연기란 저런 것이구나.’를 알게됐다.개인적으로도 공형진이란 이름이 영화판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된 작품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나답지 않게 대단히 정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이성과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는 남자역인데,25년된 여자 친구 신은경에게 맹목적·헌신적 사랑을 주려는 남자.캐릭터에 반한 여성 관객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와 흐뭇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출연 자체로 영광이었다.조역과 단역,엑스트라,스태프들 모두가 태릉 선수촌 입촌하는 심정으로 찍었다.선수들이 땀을 흘리듯 치열한 사명감을 갖고 작업에 임했다.촬영 과정이 고생스럽고 힘들어 지긋지긋한 기억이 많지만 배운 게 더 많았다는 느낌이다.개인적으로는 ‘쉬리’ 오디션에서 탈락한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첫 주연이란 영광을 안긴 작품.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노력 많이 했다.
#박하사탕=시국 사범 잡으려는 송형사역으로 나왔다.믿을는지 모르겠지만 고문도 많이 하는 악질 경찰이었다.이창동 감독에게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글 이종수기자 vielee@
사진 강성남기자 snk@˝
2004-04-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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