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로봇 ‘스피릿(Spirit)’의 제작에 기여한 재미과학자 정재훈(57)박사는 30여년에 걸친 연구가 결실을 맺은 데 대해 기뻐하는 가운데에서도 고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크게 걱정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의뢰로 로봇팔의 신경 계통을 개발한 정 박사는 5일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성공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고국의 젊은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깝다.”고 말했다.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프러스의 ‘테이코(Tayco) 엔지니어링 우주개발’ 사장을 맡고 있다.
●“세계적 기업 CEO는 80%가 이공계 출신”
정 박사는 무엇보다 한국의 젊은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고,의과대학 등 ‘정년’과 ‘수입’이 보장된 쪽으로 쏠림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했다.그는 “이공계 출신이라고 기계만 만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세계적인 유수 기업의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 중 80%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것이다.정 박사는 “기업을 경영하려고 해도 ‘이공계 마인드’가 없으면 간부로 성장할 수 없다.”면서 “고국의 젊은 학생들이 보다 긴 안목으로,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진로를 택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정 박사는 “미래 사회는 점점 더 개인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문계 출신이 단순히 머리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기초과학 없이는 우주개발도 없어”
그는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이공계 특히 기초과학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항공우주기술 분야의 궁극적 목표인 우주선 개발을 위해서는 부품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이는 결국 기초과학의 몫이라고 지적했다.기초과학의 바탕이 허술하면 우주 개발의 꿈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정 박사는 “때문에 기초과학의 육성은 곧 국력”이라면서 “이처럼 중요한 기초과학이 한국에서 소외받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개탄했다.
●기계도면 그리는 일로 이민 생활 시작
서울대 금속공학과 ‘64학번’인 정 박사는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를 회상하면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데모현장에 많이 다녔던 것 같다.”면서 “공부는 별로하지 않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다들 가난했던 시절이라 ‘가정교사’로 용돈을 벌었다는 그는 대학을 마친 뒤 학군장교(ROTC)로 복무했다.
고교 때부터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정 박사는 77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테이코 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그는 “고국에서는 최고로 인정받는 서울대 출신이었지만,미국에서는 단순한 기계도면을 그리는 ‘제도사’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고 초창기를 돌이켰다.성실한 태도를 높이 산 회사측의 배려로 직장에 다니면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에서 우주열공학을 전공,공학박사 학위를 땄다.
●챌린저호 폭발 이후 프로젝트 참여
엔지니어로 묵묵히 일하던 정 박사는 86년 미 우주공학계에 이름을 떨치게 됐다.그해 1월 28일 미국이 야심차게 쏘아올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1분 12초만에 공중 폭발,초등학교 교사를 비롯한 승무원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당시 정 박사는 사고 원인을 밝히는 작업에 합류,사고재발을 막는 ‘열보호장치’를 제안했다.
이 장치는 이듬해부터 모든 우주왕복선에 사용되고 있다.이를 계기로 우주항공국의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정 박사는 97년 화성에 착륙한 ‘소저너’를 비롯,지난해 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로봇팔의 신경조직을 만들었다.정 박사는 실력이 알려지면서 테이코 엔지니어링사의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0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미국 MIT대 등 유명 공과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 25명이 포진한 이 회사는 자유진영에서 발사되는 인공위성 자세제어로켓의 95%나 되는 열보호장치를 생산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한국의 무궁화위성에 들어간 자세제어로켓 열보호장치도 정 박사 회사의 작품이다.
정 박사와 같은 해 서울대를 졸업한 재료공학부 강탁 교수는 “7년 전 한국을 찾은 정 박사는 우주선에 들어가는 부품기술을 개발하면 한국도 항공우주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실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결국 성공한다고 강조한 정 박사는 “지난해 2월 폭발한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의 사고원인을 규명해 새 우주왕복선 보호장치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효섭기자 newworld@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의뢰로 로봇팔의 신경 계통을 개발한 정 박사는 5일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성공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고국의 젊은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깝다.”고 말했다.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프러스의 ‘테이코(Tayco) 엔지니어링 우주개발’ 사장을 맡고 있다.
●“세계적 기업 CEO는 80%가 이공계 출신”
정 박사는 무엇보다 한국의 젊은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고,의과대학 등 ‘정년’과 ‘수입’이 보장된 쪽으로 쏠림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우려했다.그는 “이공계 출신이라고 기계만 만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세계적인 유수 기업의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 중 80%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것이다.정 박사는 “기업을 경영하려고 해도 ‘이공계 마인드’가 없으면 간부로 성장할 수 없다.”면서 “고국의 젊은 학생들이 보다 긴 안목으로,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진로를 택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정 박사는 “미래 사회는 점점 더 개인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인문계 출신이 단순히 머리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했다.
●“기초과학 없이는 우주개발도 없어”
그는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이공계 특히 기초과학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항공우주기술 분야의 궁극적 목표인 우주선 개발을 위해서는 부품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이는 결국 기초과학의 몫이라고 지적했다.기초과학의 바탕이 허술하면 우주 개발의 꿈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정 박사는 “때문에 기초과학의 육성은 곧 국력”이라면서 “이처럼 중요한 기초과학이 한국에서 소외받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개탄했다.
●기계도면 그리는 일로 이민 생활 시작
서울대 금속공학과 ‘64학번’인 정 박사는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를 회상하면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데모현장에 많이 다녔던 것 같다.”면서 “공부는 별로하지 않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다들 가난했던 시절이라 ‘가정교사’로 용돈을 벌었다는 그는 대학을 마친 뒤 학군장교(ROTC)로 복무했다.
고교 때부터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정 박사는 77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테이코 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그는 “고국에서는 최고로 인정받는 서울대 출신이었지만,미국에서는 단순한 기계도면을 그리는 ‘제도사’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고 초창기를 돌이켰다.성실한 태도를 높이 산 회사측의 배려로 직장에 다니면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에서 우주열공학을 전공,공학박사 학위를 땄다.
●챌린저호 폭발 이후 프로젝트 참여
엔지니어로 묵묵히 일하던 정 박사는 86년 미 우주공학계에 이름을 떨치게 됐다.그해 1월 28일 미국이 야심차게 쏘아올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1분 12초만에 공중 폭발,초등학교 교사를 비롯한 승무원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당시 정 박사는 사고 원인을 밝히는 작업에 합류,사고재발을 막는 ‘열보호장치’를 제안했다.
이 장치는 이듬해부터 모든 우주왕복선에 사용되고 있다.이를 계기로 우주항공국의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정 박사는 97년 화성에 착륙한 ‘소저너’를 비롯,지난해 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로봇팔의 신경조직을 만들었다.정 박사는 실력이 알려지면서 테이코 엔지니어링사의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00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미국 MIT대 등 유명 공과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 25명이 포진한 이 회사는 자유진영에서 발사되는 인공위성 자세제어로켓의 95%나 되는 열보호장치를 생산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한국의 무궁화위성에 들어간 자세제어로켓 열보호장치도 정 박사 회사의 작품이다.
정 박사와 같은 해 서울대를 졸업한 재료공학부 강탁 교수는 “7년 전 한국을 찾은 정 박사는 우주선에 들어가는 부품기술을 개발하면 한국도 항공우주산업에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실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결국 성공한다고 강조한 정 박사는 “지난해 2월 폭발한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의 사고원인을 규명해 새 우주왕복선 보호장치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효섭기자 newworld@
2004-01-0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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