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수용땐 사실상 백지화/ 고민 깊어지는 부안대책

주민투표 수용땐 사실상 백지화/ 고민 깊어지는 부안대책

입력 2003-11-24 00:00
수정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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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살기가 가장 좋다하여 생거부안(生居扶安)으로 불리는 전북 부안군이 원전센터 유치문제로 무정부 상태의 혼란에 휩싸였다.고속도로 점거,공공건물 방화,폭력시위 등이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부안군은 최근들어 8000여명의 경찰력이 배치돼 계엄상황을 방불케 한다.정부는 대화에 복귀하라고 손짓을 보내면서도 일단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일체의 불법·폭력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경대응쪽으로 급선회했다.하지만 ‘사실상 부안 원전센터는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만만찮아 정부가 강행하느냐 백지화를 선언하느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주민투표 내년 1∼2월에도 가능?

‘부안사태’의 해법으로 우선 주민투표가 떠오른다.주민투표는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김종규 부안군수가 가장 먼저 제시한 의견이다.김 군수는 지난 8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충분한 토론과 홍보를 거쳐 주민투표를 하자고 제의했다.주민들의 반핵의식이 높아져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대책위측은 지난 14일 열린 공동협의회에서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제안했다.최근 최병모(민변회장) 변호사가 정부쪽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내년 1∼2월 중 주민투표 실시에도 긍정적인 반응이다.정부는 현재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에 반대한다.충분한 토론과 자유스러운 홍보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시기,절차,방법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주민투표에 의한 원전센터 문제 해결은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우선 국책사업 추진 여부를 주민투표에 의해 결정할 경우 나쁜 선례를 남겨 앞으로 실시될 모든 국책사업에 큰 걸림돌이 된다.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정부가 원전센터사업 추진에서 발을 빼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역개발 특별법 제정해야

정부가 부안주민들을 설득하는 방안은 원전센터를 유치하는 대가로 대대적인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해 주는 것이 유일한 카드다.현재 전북도와 부안군은 총사업비 3조 8000억원에 이르는 67개 국책사업을 건의해 놓은 상태다.정부가 이 사업들을 확실히 추진해준다는 보증수표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부안을 서해안의 거점지역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안밖에 없다.

밀어붙이기식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정부로서는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안이다.그러나 이같은 정부 약속이 주민들에게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정부·강행포기 갈림길

정부가 주민들의 핵폐기장 백지화 주장을 받아들여 사업취소를 선언할 경우 부안사태는 곧 바로 막을 내리게 된다.그러나 정부가 이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정부가 주민들의 폭력시위에 굴복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할 경우 앞으로 어떤 국책사업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나약한 정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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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임송학기자 shlim@
2003-11-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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