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패트롤/친구대신 살인죄 ‘빗나간 의리’

사건 패트롤/친구대신 살인죄 ‘빗나간 의리’

입력 2003-11-17 00:00
수정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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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의리’로 살인죄를 뒤집어쓴 20대가 뒤늦은 진실 고백으로 수감생활 1년 만에 풀려났다.

지난해 8월5일 자정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골목길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던 20대 4명은 행인 김모씨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다 김씨를 폭행했다.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한달 후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일행 4명 가운데 실제 김씨를 폭행한 A·B씨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꾀’를 냈다.A씨는 집행유예 기간이었고,B씨는 다니던 업소에서 인정받고 돈벌이도 좋은 편이었다.이들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C씨에게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자백하면 변호사 비용을 대주고,피해자와 합의해 곧 풀려나도록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C씨는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의리’를 생각해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김씨를 폭행했다고 진술했다.항소 끝에 지난 4월30일 법원으로부터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C씨가 교도소에 수감되자 ‘친구’로 여겼던 A·B씨는 소식을 끊어버렸다.배신감을 느낀 C씨는 지난 7월뒤늦게 허위 자백 사실을 털어놓고 재심을 청구했다.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정밀 수사 결과 C씨의 주장이 사실인 점을 확인했고,C씨는 구속 1년 만인 지난 9월 석방됐다.대신 진범 A씨가 구속됐고,B씨는 달아났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형사합의 1부(재판장 박철 부장판사)는 16일 “피고인 C씨가 친구들 대신 처벌을 받기로 하고,사건 관련자들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허위 진술했으며,그 진술을 증거로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인정한다.”며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2003-11-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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