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아직도 갈길 먼 호주제 폐지

[오늘의 눈] 아직도 갈길 먼 호주제 폐지

허남주 기자 기자
입력 2003-10-23 00:00
수정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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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가 술렁이고 있다.

22일,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민법개정안은 고건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 17개 법안과 함께 상정됐으나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바로 호주제가 폐지되는 것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계가 한껏 기대를 걸었던 것은 오랜 숙원이었던 민법 개정안의 정부안 확정이라는 역사적 의미에 있다.국회의 드높은 벽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호주제로 인해 울고 있는 가족들에게 정부가 눈을 돌렸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고 총리는 여성정책조정회의 등 수차례의 논의를 아는지 모르는지 “가족이 상실되는 문제가 오기 때문에 가족 개념을 민법에서 삭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상실될까.그렇다면 호주제가 그동안 우리 가족을 지켜줬던가.그래서 우리는 이혼율 세계 1위란 불명예를 갖게 됐을까.

호주제란 호주와 가족을주종의 관계로 설정,헌법의 평등 사상에도 위배된다.더욱이 성불변의 원칙은 매년 늘고있는 이혼가정과 재혼가정의 자녀들이 어머니와 ‘동거인’으로 올라야 하는 가슴아픈 현실로 연결되고 있다.아무 실권도 없이,호적에 호주로만 남아 있는 마지막 남성의 권위마저 드세진 여성들이 빼앗으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실제로 호주제가 폐지돼도 아이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겠다는 여성은 불과 0.3%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행정부는 민법 개정안을 여성계와 유림의 싸움으로 미뤄선 안된다.이혼과 재혼으로 인해 새로운 가족의 모럴이 필요한 시대에 더이상 민법개정을 미뤘다가는 ‘가족 상실’이란 신조어가 익숙한 단어로 뿌리내릴지도 모르겠다.

허남주 생활레저부 부장급 hhj@
2003-10-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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