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딸 姓 바꾼 ‘엄마의 눈물’

두딸 姓 바꾼 ‘엄마의 눈물’

입력 2003-10-21 00:00
수정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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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두 딸이 당할 고통을 면해주고 싶었어요.”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두 딸을 성과 이름을 바꿔 재혼한 남편에게 입적시킨 30대 여성 공무원이 호적법 등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과 함께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발단은 호주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 사는 A(37·여·7급 공무원)씨는 지난 1995년 1월 3살 연하 동료 공무원 B씨와 결혼,96년과 97년 연지·연희(가명) 두 딸을 연년생으로 낳아 호적신고를 했다.

A씨는 98년 1월 남편 B씨가 심장마비로 급사한 뒤 2년 가까이 두 딸을 돌보며 지내다 현재의 남편 C(36·회사원)씨와 2000년 12월 재혼했다.

A씨는 2001년 6월,서울 성북구청에 두 딸을 새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것처럼 출생신고를 했다.출생증명서 대신 시어머니가 인우보증을 섰다.나이를 각각 각각 두 살씩 줄여 98년과 99년생으로 했고,이름도 바꿨다.출생신고 법적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과태료도 물었다.

A씨의 두 딸은 새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받았다.이중 호적과 이중 주민등록을 갖게 됐다.지난 2월 큰딸이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동사무소에서 나이를 본래대로 고친 뒤 행신동으로 다시 전입했다.그러나 두 딸의 주민등록상 나이가 수정된 사실이 전산자료에 의해 확인됐고,고양시 감사부서는 이를 경찰에 고발했다.

●왜 이런 일이

민법은 자녀는 반드시 아버지의 성을 따르고,또한 성을 바꿀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어머니와 함께 친부를 떠나 새 아버지와 가정을 이뤄도 아이의 성은 고칠 수가 없다.아버지가 아이를 유기한 경우에도 예외는 없다.

그러므로 많은 재혼가정에서는 아이를 사망신고하거나,잃어버렸다고 신고를 한 뒤 입양하는 형식을 빌려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편법을 쓰고 있다.입양시에는 성을 바꿀 수 있도록 입양특례법에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법을 개정,양자를 들였을 때 입양한 부모의 성을 따르도록 친양자제를 도입했다.

●당국도 고민

일산경찰서는 지난 14일 A씨를 호적법과 공정증서 부실기재 및 동행사 혐의로 입건,검찰에 송치했다.담당 김정국 형사는 ‘본인이 혐의를 모두시인하고,공무원 신분이며 딱한 정황임을 참작’해 불구속 의견을 냈다.사건을 송치받은 검찰도 실정법과 동정론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A씨는 “아이들이 아빠와 성이 다르다고 학교에서 놀림 안 받게 하려 했다.”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A씨는 “공무원 신분으로 불법으로 호적과 주민등록을 바꾸고 마음 고생이 심했었다.”며 “아이들을 전 남편 호적에 재입적시키기 위해 법원에 호적정정 신청을 냈으나 막상 호적이 정정되면 또다시 성과 이름이 바뀔 큰딸이 지금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겠느냐.”며 울먹였다.

이경숙 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는 “A씨는 전형적인 호주제 피해자”라면서 “정부는 호주제 폐지를 서두르고,검찰도 호주제가 폐지된 다음 이 사건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2003-10-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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