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로 ‘잘 나가던’ 소아과 전문의 이상원(67·미국명 John Lee) 박사는 요즘 제2의 인생 황금기를 맞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요즈음 인터넷 홈페이지(http://my.dreamwiz.com/drslee)를 통한 소아과 무료 의료상담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고 있다.‘클릭,인터넷으로 물어보세요’코너를 통해 전세계 한인들을 대상으로 아동건강 상담에 응한다.어렵사리 국제전화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은퇴 후 모국의 무의촌에서 봉사하려던 필생의 꿈이 인터넷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전세계 한국 어린이의 건강 수호천사
그는 이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 하루에 2∼4시간 정도를 컴퓨터에 매달린다.각종 소아건강과 질병에 대한 최신 정보를 올리는 일도 주요 일과다.
40여년 동안 쌓아온 진료 및 임상 체험을 전세계 한인 부모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이를 위해 코네티컷주 윌리맨틱시에서 28년 동안 운영했던 ‘John Lee 소아과’의 문을 얼마 전에 닫았다.
막 이민길에 오른 사람이나 해외 유학 초년생들에게는 갑자기 자녀가 아픈 것만큼 낭패스러운 일도 없다.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설고 물설은 이역에서 의료보험조차 없다 보니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다.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이 박사의 상담 코너는 여간 요긴한 게 아니다.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일본 필리핀 태국 호주 등의 교민들이 사이트의 주 방문자라고 이 박사는 귀띔한다.물론 모국인 한국에서도 상담코너를 찾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9월 현재 전세계 한인 동포 8만 5000여명이 회원에 등록할 만큼 상당한 네트워크가 이뤄졌다.습진·천식·각막염 등 유아들에게 흔한 각종 질병은 물론 소아 성교육에 대해서도 부모들의 상담에 일일이 응하고 있다.
특히 2000여건의 주요 임상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응급처치를 위한 부모들의 일차적 판단을 돕고 있다.이를 테면 아이들이 집에서 가벼운 화상을 입을 경우 인터넷에 뜬 사진과 비교해 1도 화상인지,2도 화상인지 등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에서 간단한 응급처리를 할지,응급실로 갈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부모도 반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지론이다.몇년 전 그는 같은 제목의 소아가정간호백과(사진)를 펴낸 바 있다.
요즘 그는 스스로에게도 흡족함을 느끼고 있다.미국 내 각주에 흩어져 사는 자녀들의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하루 5시간씩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밀린 ‘숙제’를 할 때도 있지만 “별로 힘들지는 않다.”는 것이다.애시당초 자신이 원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5시간 컴퓨터와 씨름하기도
충남 태안의 안면도가 고향인 그는 연세대 의대를 나와 미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윈드햄 병원 소아과 과장을 지냈다.재미 한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스스로를 ‘바나나’라고 부르기도 한다.말 그대로 겉은 노란데 미국에 뿌리를 내리면서 속은 하얗게 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박사는 자신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미국인 의사로 오인받을 만큼 외모는 원래부터 서양인을 많이 닮아 있었지만,속은 여전히 노란색”이라는 설명이다.미국에서도 고소득직인 소아과 개업전문의로 상류사회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안면도 촌사람’일 뿐이라는 얘기다.
9월말 현재 사이트 방문객이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최근 지금까지 인터넷 건강 상담 코너를 통해 조언한 실적을 출력해 보니 A4 용지로 4000장이 넘는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접속 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게 요사이 그의 유일한 불만이다.지구촌 곳곳의 한인들 한 사람에게라도 더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제발 나를 귀찮게 해달라.”는 주문에서 묻어 나온다.
인터넷 상담을 통해 그는 한국 사회의 변화상도 읽을 수 있다고 한다.소아 변비나 성문제에 대한 상담 건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이같은 문제는 어린 자녀들의 심리 상태나 정서가 극히 불안정한 것을 나타내는 간접 지표라는 것이다.
이 박사는 “한국 사회는 정보화 수준 등 일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미국 못지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아직 사회 제도적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문제인 듯하다.”고 분석했다.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사회에 버금가는 최근 한국의 높은 이혼율에 따른 아동 문제를 들었다.결손 가정의 아동들을 사회보장제나 법규로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한국 사회가 훨씬 취약하다는 것이다.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 봉사해야지”
그는 이 상담 사이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잖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골프와 여행 등으로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물음에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이제는 베풀고 사는데 보람을 찾을 때”라고 답했다.“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대화를 하다 보면 젊게 살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친 김에 망설이던 질문도 던져 보았다.혹시 “사이트 운영이 한국에 돌아오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고.그러자 정색을 하고 “응급환자를 돌보는 현역으로 남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고 손사래를 쳤다.친구인 홍원표 일산병원장이 도와 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나 고사했다고도 귀띔했다.
그러면서 상담 사이트 운영을 통해 전세계 한인들을 위한 소아과 의사로 ‘재개업’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어린 시절 무의촌이었던 고향 안면도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노후를 보내리라는 그의 소망은이제 온라인상에서 ‘한민족 네트워크’구축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구본영기자 kby7@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요즈음 인터넷 홈페이지(http://my.dreamwiz.com/drslee)를 통한 소아과 무료 의료상담에서 인생의 보람을 찾고 있다.‘클릭,인터넷으로 물어보세요’코너를 통해 전세계 한인들을 대상으로 아동건강 상담에 응한다.어렵사리 국제전화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은퇴 후 모국의 무의촌에서 봉사하려던 필생의 꿈이 인터넷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감회를 털어놓았다.
●전세계 한국 어린이의 건강 수호천사
그는 이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 하루에 2∼4시간 정도를 컴퓨터에 매달린다.각종 소아건강과 질병에 대한 최신 정보를 올리는 일도 주요 일과다.
40여년 동안 쌓아온 진료 및 임상 체험을 전세계 한인 부모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이를 위해 코네티컷주 윌리맨틱시에서 28년 동안 운영했던 ‘John Lee 소아과’의 문을 얼마 전에 닫았다.
막 이민길에 오른 사람이나 해외 유학 초년생들에게는 갑자기 자녀가 아픈 것만큼 낭패스러운 일도 없다.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설고 물설은 이역에서 의료보험조차 없다 보니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다.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이 박사의 상담 코너는 여간 요긴한 게 아니다.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일본 필리핀 태국 호주 등의 교민들이 사이트의 주 방문자라고 이 박사는 귀띔한다.물론 모국인 한국에서도 상담코너를 찾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9월 현재 전세계 한인 동포 8만 5000여명이 회원에 등록할 만큼 상당한 네트워크가 이뤄졌다.습진·천식·각막염 등 유아들에게 흔한 각종 질병은 물론 소아 성교육에 대해서도 부모들의 상담에 일일이 응하고 있다.
특히 2000여건의 주요 임상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려 응급처치를 위한 부모들의 일차적 판단을 돕고 있다.이를 테면 아이들이 집에서 가벼운 화상을 입을 경우 인터넷에 뜬 사진과 비교해 1도 화상인지,2도 화상인지 등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에서 간단한 응급처리를 할지,응급실로 갈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부모도 반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지론이다.몇년 전 그는 같은 제목의 소아가정간호백과(사진)를 펴낸 바 있다.
요즘 그는 스스로에게도 흡족함을 느끼고 있다.미국 내 각주에 흩어져 사는 자녀들의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하루 5시간씩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밀린 ‘숙제’를 할 때도 있지만 “별로 힘들지는 않다.”는 것이다.애시당초 자신이 원하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5시간 컴퓨터와 씨름하기도
충남 태안의 안면도가 고향인 그는 연세대 의대를 나와 미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뒤 윈드햄 병원 소아과 과장을 지냈다.재미 한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스스로를 ‘바나나’라고 부르기도 한다.말 그대로 겉은 노란데 미국에 뿌리를 내리면서 속은 하얗게 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박사는 자신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미국인 의사로 오인받을 만큼 외모는 원래부터 서양인을 많이 닮아 있었지만,속은 여전히 노란색”이라는 설명이다.미국에서도 고소득직인 소아과 개업전문의로 상류사회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안면도 촌사람’일 뿐이라는 얘기다.
9월말 현재 사이트 방문객이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최근 지금까지 인터넷 건강 상담 코너를 통해 조언한 실적을 출력해 보니 A4 용지로 4000장이 넘는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접속 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게 요사이 그의 유일한 불만이다.지구촌 곳곳의 한인들 한 사람에게라도 더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제발 나를 귀찮게 해달라.”는 주문에서 묻어 나온다.
인터넷 상담을 통해 그는 한국 사회의 변화상도 읽을 수 있다고 한다.소아 변비나 성문제에 대한 상담 건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이같은 문제는 어린 자녀들의 심리 상태나 정서가 극히 불안정한 것을 나타내는 간접 지표라는 것이다.
이 박사는 “한국 사회는 정보화 수준 등 일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미국 못지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아직 사회 제도적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문제인 듯하다.”고 분석했다.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사회에 버금가는 최근 한국의 높은 이혼율에 따른 아동 문제를 들었다.결손 가정의 아동들을 사회보장제나 법규로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한국 사회가 훨씬 취약하다는 것이다.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 봉사해야지”
그는 이 상담 사이트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잖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골프와 여행 등으로 노후를 즐겨야 할 나이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물음에 “돈은 벌 만큼 벌었으니,이제는 베풀고 사는데 보람을 찾을 때”라고 답했다.“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대화를 하다 보면 젊게 살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친 김에 망설이던 질문도 던져 보았다.혹시 “사이트 운영이 한국에 돌아오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고.그러자 정색을 하고 “응급환자를 돌보는 현역으로 남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다.”고 손사래를 쳤다.친구인 홍원표 일산병원장이 도와 달라는 요청도 있었으나 고사했다고도 귀띔했다.
그러면서 상담 사이트 운영을 통해 전세계 한인들을 위한 소아과 의사로 ‘재개업’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반문했다.어린 시절 무의촌이었던 고향 안면도에서 의료 봉사를 하며 노후를 보내리라는 그의 소망은이제 온라인상에서 ‘한민족 네트워크’구축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구본영기자 kby7@
2003-10-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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