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시골초교 교장의 학교살리기/ 원어민 교사·무용·골프 교육… 폐교 살린 특성화교육 “전학 간 학생들이 돌아와요”

3개 시골초교 교장의 학교살리기/ 원어민 교사·무용·골프 교육… 폐교 살린 특성화교육 “전학 간 학생들이 돌아와요”

입력 2003-10-07 00:00
수정 2003-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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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

학생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시골 초등학교들이 특성화 교육을 통해 극적으로 회생하고 있다.

●전교학생 32명서 145명으로

1945년 개교한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마장2리 마장초교는 한때 재학생이 400여명에 이르렀지만 지난 2000년 5월엔 32명으로 줄어 폐교 대상으로 지정됐다.

99년 부임한 최일성(62) 교장은 “학교를 꼭 살리겠다.”고 매달렸지만 읍내 중심지 가평초등학교를 향한 학생들의 ‘엑소더스’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최 교장은 2000년 5월 교육청에 요청,전교생에게 컴퓨터를 마련해줬다.7월엔 학교운영위원회와 협의,영국식 영어에 능통한 남아프리카 출신 20대 흑인 원어민 교사를 채용했다.

아이들은 외국인과 어울려 공을 차고 뛰놀며 자연스레 영어와 가까워졌다.한달에 수십만원을 주고 영어를 배우는 읍내 어린이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최 교장은 내친김에 5·6학년을 제외한 1∼4학년의 복식수업을 해소했다.강사로 활동하는 퇴직교사의 인건비 100여만원을 충당하기 위해 종이 한장도 아꼈다.최 교장은관내 스포츠센터와 협상,한달 20만원의 강습비를 6만원으로 깎아 희망학생 20여명에게 수영을 가르쳤다.이중 3학년 이소현·이소희 쌍둥이 자매는 해군참모총장배와 동아수영대회 싱크로나이즈드 부문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전교생에게 방과후 학교 복도와 가평농업기술센터 강당 등을 빌려 스포츠댄스·풍물놀이·한국무용 등 특기 교육을 실시했다.마장초교 이야기는 가평군 전역으로 퍼졌고 전학갔던 어린이들의 U턴이 시작됐다.30명을 겨우 넘었던 학생수는 현재 145명(유치원 20명)으로 불어났다. 내년 이 학교에서 43년간의 교직생활을 접게 될 최 교장은 “학생수가 줄면 교직원은 좌절하고 학부모는 전학을 궁리하고,교육청은 폐교를 추진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달래화전 등 요리·눈조각 수업도

경기 여주군 북내면 장암리 운암분교장도 ‘자연과 함께하는 특화교육’으로 폐교 위기를 넘겼다.시골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진달래를 이용한 화전 만들기 요리수업을 비롯해 별자리관측,야외영화상영,눈조각 수업 등 철따라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학부모들도 경험이나 직업을 살려 농사짓기,도자기만들기,미술감상,글짓기 등 특기교육 지도에 나섰다.도시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집단따돌림 등도 이곳에선 먼나라 얘기처럼 들렸다.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근 여주읍내는 물론 멀리 서울과 호남·충청지역에서도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학생수가 65명으로 늘어났다.

●전국에서 학생들 모여들어

3년째 분교장을 맡고 있는 교사 김한석(49)씨는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을 하고 있을 뿐이다.”며 “기존 교육방식에 지친 학부모들이 이곳을 안식처로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 단월면 단월초등학교도 운동장 한 편에 길이 20m,폭 10m 크기(3타석)의 골프연습장까지 만들어 학생적성교육에 나서고 있어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가평 한만교·여주 김병철기자 mghann@
2003-10-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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