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파문 / 송교수부인 본보 단독인터뷰

송두율 파문 / 송교수부인 본보 단독인터뷰

입력 2003-10-06 00:00
수정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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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의 부인인 정정희씨는 5일 밤 11시쯤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 숙소에서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매일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귀국배경과 공안당국의 조사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그는 “서울의 10일은 상상하고 싶지않은 10일”이라면서 “빨리 마무리짓고 싶어 수사에 임했는데 상황이 악화되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한국사회 민주화를 위해 애썼는데 사법처리 운운하는 걸 보니 가족으로서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송 교수는 옆방에서 검찰조사 자료를 준비하느라 사진만 찍고 인터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정씨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 받는 중이고 당사자가 아니므로 말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입국 계기는.

-제일 먼저는 아이들 때문이다.두 아들 박사과정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고 남편 나이도 있고,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지난 94년 (애들)아빠가 국제학회를 위해 한국에 갈 수 있었는데 결국 무산됐을 때 아들이 목욕탕에서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크면서 눈물로 상황을 표현한 적이 없던 아이였다.독일 장벽이 무너졌을 때 큰 아들이 14살이었다.분단국가가 이제 우리 밖에 없다는 얘기하면서 부모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통일을 위해 일했는데 남과 북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향가고 싶을 때는 남의 여권이라도 빌려서 가고 싶었다.

초청과정을 설명해달라.

-초청을 받았지만 여러번 무산됐다.민주화기념사업회가 요청했고 가족적 상황,민주화 성숙 조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초청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지금이 가장 좋다.”고 권유했다.특히 박호성 교수가 간곡히 권유해 입국을 결심했다.그러나 체포영장 발부와 사법처리 부분은 우리가 직접 통보받은 적이 없다.약간의 조사만 있을 줄 알았는데 강도가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기념사업회 측도 송교수가 구속되거나 추방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에 초청한 게 아니겠는가.기념사업회는 정부기관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기념사업회는 행자부 지원을 받는 공공특수법인이다.)

국정원 조사에 대해.

-한마디로 조작됐다.너무나 사실과 달라 경악스러웠다.진술서 조서를 몇 번씩이나 읽고 사인했다는 것만 봐도,2000페이지가 넘는 조서를 어떻게 자세히 읽겠는가.우리의 말을 선의로 받아들여주길 바랬는데 목말라서 물을 마시면 애타서 물을 마신 식으로 조작한 것 같다.충성맹세문도 조작됐다.조사는 첫날부터 어그러졌다.변호사 입회 부분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변호사 입회 보장은 청와대도 알고 있는 것이다.특히 국정원 조사는 필요에 맞게,구미에 맞게 조작됐다.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관련,뒤늦게 알았을 당시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이미 거부했다는 진술이 다 나와있다.

독일국적을 포기할 생각은 없나.

-지금 단계에서는 국적 문제를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낀다.가족이 다 방문했다는 게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가.경계인이라고 하지만 남한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 북측에 기울어질 수 밖에 없었다.독일어보다 한국말로 책을 더 많이 출판했다.10권 정도 된다.북한을 비판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어떻게 응할것인가.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조작된 내용을 다시 정확하게 지적·반박하겠다.

바람은.

-송 교수는 학자의 길 만을 갈 수 없는 상황을 보낸 사람이다.학자로서만 살았으면 더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었는데 고국의 민주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삶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지금 겪는 상황이 송 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분단 상황에 놓인 민족의 문제로 보고,관대하게 풀어가는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다.진실이 아닌 것처럼 보도되는 현실에서 한 번만이라도 우리의 입장을 들어주면 안 되는가.후진 양성을 하고,젊은이들과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왔다.그리고 수사에 응했지만 이용당했다는 생각이 든다.정씨는 1시간 동안 가진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국에 와서 지금 겪는 상황은 무척 괴롭고 힘들다.”면서 “그러나 후회라기 보다는 순조롭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혜영 이두걸기자 koohy@
2003-10-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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