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태고종 영산재 갈등

조계종 태고종 영산재 갈등

입력 2003-09-22 00:00
수정 200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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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불법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현대적 형태의 계승이 불가피하다.”“엄숙한 불교의식을 응집한 전통 문화재의 훼손과 오도를 좌시할 수 없다.”

불교계에 때아닌 영산재(靈山齋) 논란이 일어 주목된다.특히 최근의 논쟁은 한국 불교의 최대종단인 조계종과 태고종간 영산재의 성격에 대한 갈등 수준을 넘어,종단의 위상과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산재란 영산회상(靈山會相)을 줄인 말로,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대중에게 법화경을 설법할 당시의 모습을 상징화해 부처님의 높은 덕을 찬탄하고 공양을 올리는 의식절차.엄숙한 종교의식이면서 다른 의식이나 예불 등에서 볼 수 없는 음악(소리,반주),무용(작법),장엄(미술),음식(공양물) 등 장엄한 예술적 기량이 응축된 총체적인 불교 종합예술이기도 하다.특히 한국의 전통적 민속음악인 가곡(歌曲),회심곡(回心曲)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바라춤,나비춤,법고춤은 민속무용인 승무,바라춤 등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조계종이오는 28일 조계사 앞마당에서 태풍 ‘매미’로 유명을 달리한 영가를 천도하는 내용의 영산재 시연회를 9시간에 걸쳐 갖는 것.조계종은 영산재가 불교의 공통된 의식인데도 마치 태고종만의 고유의식처럼 일반에 인식돼온 실정을 감안,지난 3월 영산재재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연행사를 준비해왔다.

이에 대해 태고종은 영산재의 계승과 전파 차원의 행사를 인정하면서도 문화재의 원형을 변형해 조계종식 의식을 반영하려 한다는 점을 문제삼아 반발하고 있다.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모든 의식에서 붉은 가사(홍가사)를 입고 있어 영산재도 홍가사를 쓰고 있지만 조계종이 조계종단의 밤색가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문화재를 훼손하는 처사라는 것.영산재 의식 중 삽입되는 반야심경 천수경 등 불경의 운율도 편의에 따라 현대식으로 바꾼 것을 사용해 자칫 신도들에게 잘못된 의식을 보여줄 수 있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19일 조계종 총무원 고위 인사가 태고종을 방문해 향후 양 종단간 영산재 문화재 보존을 위해 공동노력할 것을 약속하고 28일 행사에 태고종 스님들을 초청해 놓은 상태.그러나 태고종은,조계종이 완성되지도 않은 영산재를 편의에 따라 조계종 의식에 이용할 경우 불교계 전체로 공론화해 법적 대응까지 마다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영산재는 일반 사찰에서 부처님에게 올리는 공양과 함께 영가천도를 위한 간략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으며 태고종 스님들로 구성된 봉원사 영산재보존회가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돼 매년 음력 5월5일 단오때 정기 시연회를 열어오고 있다.

김성호기자 kimus@
2003-09-22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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