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9·11테러 2주년

[씨줄날줄] 9·11테러 2주년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2003-09-10 00:00
수정 2003-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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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외교 전문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2001년 9월11일의 비극적 테러는 미국의 잠을 깨우는 모닝콜이었다.”고 말했다.소련붕괴후 초강대국으로 느긋하게 1990년대를 보냈던 미국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러나 9·11테러를 절호의 기회로 여긴 사람들이 있었다.미국의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자)들이다.네오콘의 좌장격인 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 부장관은 9·11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을 강력히 건의했다.

네오콘들은 9·11테러를 세계적 차원의 질서 재편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다.중동을 미국식 민주주의 아이디어에 따라 재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다.이라크가 손쉽게 함락되자 미국의 일방주의가 승리했다며 도취감에 빠졌다.그들은 ‘제국주의적 미국’을 거부하지 않는다.다만 ‘민주적’이라는 말을 앞에 붙여 ‘민주적 제국주의자’라고 말한다.

네오콘들은 사실 20여명에 불과하다.하지만 백악관과 정부 등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그들은 매우 오만하다.세계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바꿀 수 있다는 지나친자신감에 빠져 있다.미국의 힘 외에는 어느 것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유엔도 낡고 불편한 국제기구쯤으로 평가절하한다.그러나 이라크에서 폭탄 테러가 이어지는 등 사회불안이 증폭되자 마침내 유엔과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네오콘들의 국제질서 재편 전략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9·11테러 2주년이 되지만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조직은 오히려 강해졌다고 영국의 테러 전문가는 말한다.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도 건재하다.반면 뉴욕 시민들은 아직도 테러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초보자 제국’이라는 칼럼에서 네오콘들을 비판했다.그는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들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실패작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뉴스위크도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무계획과 극단적 오만에서 시작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고 비판했다.이라크 사태와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 혼자의 힘으로 세계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미국도 이제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

이창순 논설위원
2003-09-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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