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조선인 학살

[씨줄날줄] 조선인 학살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2003-08-27 00:00
수정 200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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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때 조선인 15명이 권총을 들고 왔다는 소문이 퍼졌다.그날 밤은 아무도 잠을 자지 못했다.불을 피우고 망을 보았다.끝내 조선인은 오지 않았다.그 다음날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얘기가 있어 친구와 함께 보러 갔다.가보니 길가에 두명이 죽어 있었다.일동은 만세를 불렀다.‘대지진 조난기’에 나오는 일본 여자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글이다.대지진 조난기는 1923년에 발생한 관동대지진 때 일본 학생들이 남긴 기록이다.많은 글에 생생한 조선인 학살 목격담이 담겨 있다.

일본인들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關東)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진도 7.9)의 혼란 속에 한국인들을 집단 학살했다.일본은 사회불안과 대지진이 겹친 위기를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넘기려 했다.일본 당국은 ‘조선인 폭동이 일어났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푼다.’는 등의 거짓말을 조직적으로 퍼뜨렸다.간토지역에 3600여개의 자경단이 삽시간에 만들어졌다.일본인들은 사살·교살 등 갖가지 방법으로 학살을 자행했다.조선인 학살은 일본의 반인륜적잔혹함을 잘 보여준다.신원이 확인된 조선인 학살자만 6400명을 넘었다.희생자가 2만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동안 책임을 회피해 왔다.

일본의 책임회피는 과거사 왜곡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그런데 일본 변호사연합회가 25일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을 사죄하라는 내용의 권고서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에게 보냈다.권고서는 조선인 학살사건은 ‘조선인 폭동이 일어났다.’는 국가의 허위정보가 유발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관동대지진 80년만에 처음으로 일본의 공적 기관이 일본 정부의 책임과 사죄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변호사연합회의 권고대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된다.그래야 억울한 원혼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변호사협회의 지적대로 일본사회에는 뿌리깊은 민족차별이 존재하고 있다.일본의 우익세력들이 최근에는 조총련을 위협하고 있다.우익단체들이 조총련 지방본부와 금융기관에 폭발물을 설치하거나 총격을 가하는사건이 벌어지고 있다.일본과의 마음의 거리는 아직도 먼 것 같다.

이창순 논설위원

2003-08-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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