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하이눈

[씨줄날줄] 하이눈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2003-08-08 00:00
수정 200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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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작은 마을 헤이들리빌.1870년 어느 일요일 아침,시계는 오전 10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은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아름다운 여인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식을 올리고 마을을 떠나려는 참이다.그런데 그가 투옥시켰던 악당들이 복수를 하러 온다는 전보를 받는다.그는 악당들과 싸우기로 결심한다.마을 사람들에게 협조를 호소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악당들이 탄 기차는 정오에 도착할 예정이다.운명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보안관은 불안한 고독에 빠진다.그러나 보안관은 영웅적인 투혼으로 악당들을 물리친다.미국 서부 영화의 걸작 ‘하이눈(High Noon)’의 줄거리다.

명장 프레드 지네먼 감독의 흑백영화 하이눈은 세월이 가도 그 빛은 바래지 않는다.게리 쿠퍼의 고독한 영웅상과 그레이스 켈리의 청초한 아름다움은 많은 영화팬의 가슴속에 남아있다.이 영화가 미국 대통령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밝혀져 화제다.‘대통령의 영화들’이라는 TV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백악관에서 가장 많이 상영된 최고의 인기 영화는 하이눈이라고 한다.클린턴 전 대통령은 무려 20번이나 봤고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도 3번이나 관람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왜 하이눈을 가장 좋아했을까.홀로 악당들을 물리치는 보안관에서 자신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찾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그들은 이 영화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대통령은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만큼 홀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는 외롭고 고독한 자리’라고 했다.많은 대통령들이 절대적 고독감을 말한다.대통령 집무실은 ‘고독의 섬’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지도자가 도전에 직면했을 때 개성이 강한 지도자는 자기 내면 속으로 들어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건다.”라고 말했다.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스스로 결단을 내릴 때가 많다.그래서 대통령은 늘 고독하다.대통령은 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고독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미국 대통령들은 하이눈을 보며 고독한 영웅이 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창순 논설위원

2003-08-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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