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 ‘의원 표결기록표’ 만들자

[이경형 칼럼] ‘의원 표결기록표’ 만들자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3-08-07 00:00
수정 200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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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정치권의 전열 정비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는 외국인고용허가제법을 의원들의 자유투표로 통과시켰다.찬성 148명 중에는 민주당 86,한나라당 55,개혁국민정당 2,이부영 의원 등 무소속 5명이었다.반대(88명)에는 민주당 3,한나라당 76,자민련,민국당 등 9명이었고,기권 9명에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등이 포함됐다.

이 법안의 찬성쪽은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20만명의 합법화를 뒷받침하고,산업현장의 인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반면 반대쪽은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상승,외국인의 집단 노사분규 가능성,내국인 실업증가 우려 이유를 내세웠다.

그동안에도 의안처리는 자유투표 형식으로 처리되어왔지만 이번처럼 소속 정당을 뛰어넘어 표결이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특히 이 법안의 처리과정에 주목하는 것은 우리 정당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데다 내년 총선까지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또 정치 구조나 권력 체계 문제가 아닌 민생 법안은 통일된 당론을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의원들의 다양성을 표결에 반영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 114조2(자유투표)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작년 3월 개혁 국회법의 한 조항으로 신설된 것이다.비록 훈시 규정이지만 자유투표의 명문화는 국회를 정치의 중심무대로 삼고,국회의원들이 제왕적 당총재의 통솔과 당론 거수기 역할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자유투표제(Cross Voting·교차투표제)명문화가 의원들의 자율적인 의사 표시 보장만으로 끝나서는 그 의의가 반감된다.개별 의원들의 찬·반 의사표시가 기록으로 축적되어야 하며,유권자들이 해당 의원의 의안별 찬·반 표결 기록 집계표를 들고 투표장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기명 표결은 현행 국회법이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로 가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대로 시행하면 된다.문제는 각 의원들이 어떤 의안에 대해 어떤 의사를 밝혔는지가 일목요연하게 리스트로 정리하지 않으면,유권자들이 해당 의원의 입법 태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회사무처는 인터넷 등을 통해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의안 처리 말미에 의원들의 찬반기록을 첨부하고 있으나 이것으로는 각 의원들의 총체적인 입법 태도를 알 수 없다.따라서 의원별·의안별 찬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표결기록 집계표를 만들고 찬·반 쟁점을 요약해 곁들이는 등의 국회의원 입법태도 보고서 등을 회기별로,1년 단위로,그리고 총선 직전엔 임기 종합판을 만들어 유권자들에게 배포하도록 해야 한다.

의원들의 입법태도기록표가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 정치개혁의 주요한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 기록표를 의원들의 정치이념과 정책 노선,소신과 일관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로 삼아 투표할 때,전근대적인 선거풍토 개선에도 일조할 수 있다.

다음 달 정기국회가 열리고 이어 총선정국이 전개되면 현역 의원들은 자신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의정보고서를 선거구에 뿌리기 시작할 것이다.내년 총선에서 혈연,지연,학연의 연줄 선거와 금권 선거를 막고 공영 선거의 영역을 넓히려면 반드시 이러한 의원별 표결 태도를 종합 기록한 집계표가 선거구민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내각제 중심의 유럽 각국 의회와 달리 자유투표제가 정착된 미국 의회는 상·하의원들의 개별 의안들에 대한 찬·반 기록이 정례적으로 의회보에 게재되고 있다.16대 국회 들어 찬·반이 갈라진 입법안을 중심으로 의원별 표결기록리스트를 국회 사무처가 만들고,선거 때 중앙선관위가 이를 배포하는 데 인색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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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이사 khlee@
2003-08-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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