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망각

[길섶에서] 망각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3-07-19 00:00
수정 2003-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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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인이 된 시인 조병화는 ‘잊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이라고 읊었다.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쉽사리 잊지못함을 가슴아리게 토로한 서정시이다.목 메는 선홍색 그리움이 아닐 수 없다.

마리 로랑생이 쓴 ‘잊혀진 여인’이라는 시를 보면 망각은 거의 치명적이다.‘권태로운 여인보다도 더 불쌍한 여인이 슬픔에 싸인 여인,이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불행을 겪고 있는 여인’.이에 그치지 않고 ‘병을 앓고 있는,버림받은,쫓겨난,죽은 여인’을 차례로 더 불쌍하다고 했는데,가장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이라고 노래하고 있다.잊혀졌다는 것은 더이상 사랑하지도,받지도 못함을 뜻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사실 망각은 두렵다.잊혀져 멀어진다는 것은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피하고 싶은 일일 게다.그렇다고 잊혀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불행한 기억을 언제까지 안고사는 것 역시 못할 일 아닐까.깊은 상처를 아련한 추억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도 망각 아닐는지.

양승현 논설위원

2003-07-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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