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특검 결과 발표/드러난 내용 및 파장

北송금 특검 결과 발표/드러난 내용 및 파장

입력 2003-06-26 00:00
수정 2003-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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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정상회담 합의 대가로 북한에 1억달러를 주기로 비밀 약정을 체결하고 불법대출을 통해 그 부담을 현대에 떠넘긴 것으로 특검 수사의 결론이 내려졌다.송두환 특별검사팀은 남북정상회담이 북한과 이면 약정을 통해 성사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사법적 평가를 내리고 핵심 관련자 8명을 기소했다.

●정몽헌회장 금융지원 조건 代지급 수용

특검에 따르면 2000년 3∼4월 4차례의 남북 비밀접촉에서 대통령 특사였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북한과 1억달러 약정 체결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박 전 장관은 같은 해 4월8일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합의했으며 정부가 1억달러를,현대는 3억 5000만달러(현물 5000만달러 제외)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박 전 장관은 정부몫인 1억달러의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같은 해 5월 중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만나 현대가 대신 지불할 것을 요청했으며 정 회장은 현대 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정회장은 “현대 계열사의 재정 상황이 악화돼 4억 5000만달러를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정부차원에서 금융지원을 해달라.”는 단서를 붙였다.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같은 대북송금 과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전 장관,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 인사와 국정원이 전방위로 산업은행에 압력을 행사,현대는 산은 대출금 등 모두 4억 5000만달러를 송금했으며 분식회계를 통해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지난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억달러 북송금은 순수 경협대가이며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정부의 실정법 위반은 통치행위의 일환’이라는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다.

●핵심 8명 사법처리 의미

1억달러 이면 약정으로 김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론’은 법정에서 부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특검팀은 햇볕정책을 주도한 박 전 장관,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전 수석 등을 모두 기소함으로써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통치행위라는 주장을 사실상 뒤엎었다.

특검팀은또 전체 관련자 17명 가운데 송금 과정을 주도한 핵심 인사만 기소해 사법처리 범위를 압축했다.실무자를 불기소하는 대신 핵심 인사들을 강도높게 사법처리함으로써 정책 판단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백히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특검수사 파장 지속될 듯

현대의 분식회계와 박 전 장관의 150억원 뇌물수수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현대의 분식회계를 기소함으로써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특검팀은 현대상선의 2235억원에 대한 분식회계만 적용했다.그러나,검찰이 현대 계열사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경우 상상을 뛰어넘는 분식회계 규모가 드러날 수도 있다.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150억원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현대측의 진술과 현장검증 결과를 볼 때 범죄 소명은 충분하다.”고 밝혔다.특검팀은 어설프게 기소하다간 면죄부만 줄 수 있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특검팀은 수사주체가 결정되면 수사기록을 넘길 방침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수사일지

●2003년 3월15일 특검법 공포

●3월26일 송두환 특검 임명

●4월17일 특검 수사개시,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 압수수색,현대 계좌추적 시작

●4월23일 엄낙용 전 산은 총재 소환

●5월9일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소환

●5월12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 소환

●5월14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소환

●5월22일 임동원 전 국정원장 소환

●5월24일 이근영씨 구속

●5월28일 이기호 전 경제수석 소환

●5월30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소환

●5월31일 이기호씨 구속

●6월4일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소환

●6월5일 김윤규·최규백씨 불구속기소

●6월10일 김보현 국정원 3차장 소환,이근영씨 구속기소,박상배씨 불구속기소

●6월12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소환

●6월15일 6·15선언 3주년 김대중 전 대통령 입장표명

●6월16일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 소환

●6월17일 박지원씨 긴급체포,이기호씨 구속기소

●6월18일 박지원씨 구속

●6월23일 청와대 특검연장 거부

●6월25일 박지원씨 구속기소,임동원·정몽헌씨 불구속기소,특검수사 종료
2003-06-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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