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인삿말 대신 요즘 무슨 재미로 사세요? 하고 묻는다.요즘처럼 심한 불경기에다 로또 복권에도 관심이 없고 담배도 끊고 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정말 무슨 낙으로 살까? 살아가는 낙이란 마치 자동차에 넣는 기름처럼,없어서는 안 되는 밥 다음으로 중요한 삶의 제2의 연료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리의 유일한 낙이라면 정말 딱한 일이 아닌가? 아무리 내 자식이라 해도 부모와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의 언어는 날이 갈수록 낯설기만 하다.가족들과 떨어져 고즈넉한 밤 시간에 컴퓨터 앞에 혼자 앉으면,들어오라고 클릭하라고 속삭이는 그 많은 접속의 유혹.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으려는 이 시대의 고독은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너무 멀리 와버린 것만 같다.외로움을 떨쳐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스포츠에 심취하는 일일 것이다.골프처럼 돈 드는 운동이 아니라도 산에 오르거나 그저 걷기만으로도 우리는 잠시 즐거워질 수 있다.
내 삶의 낙 중의 하나 또한 무조건 걷는 것이다.집 뒷길을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뒷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집에 도착하면 딱 한 시간 걸리는 코스이다.담배와 술과 인터넷 채팅과 로또 복권 사기가 다 중독이라면 매일 걷기 또한 굉장한 중독 증세를 수반한다.소설 ‘좀머씨 이야기’는 걷는 일을 멈추지 않는 현대인의 강박 증세를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다.하지만 문자 그대로의 걷는 일에 관한 한 나 또한 좀머씨에 뒤지지 않는다.
어떤 날씨 좋은 날은 무작정 하루 온종일 걷기도 한다.그러다가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고 공원이나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꾼다.얼마나 신이 날까? 이 따분한 세상에서 스르르 미끄러지는 운동화를 신고 달려가는 기분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더구나 걷기 예찬자인 나로서는 바퀴 달린 운동화의 존재가 여간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90년대 초 뉴욕 허드슨 강변에 살고 있던 나는 강변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넘어져서 크게 다칠 것 같은 두려운 마음에,내 삶의 바퀴 달린 운동화는또다시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어디 그런 일이 하나 둘이랴? 마음은 굴뚝같지만 결국 하지 못하고 마는 세상의 많은 일들.칠십이 넘은 노인들이 바퀴 달린 운동화를 타고 새벽 공원을 질주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
생각하면 별로 많지도 않은 나이에 나는 너무 무서운 게 많은 건 아닐까? 실제로 신고 달리는 운동화가 아니더라도,사실 우리는 발이 아니라 생각에 바퀴를 달고 살아간다.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일이 지겹고 따분해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유일한 물건인 청춘을 카드 빚과 바꾸기도 한다.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은 우리의 생각은 그렇게 기분 좋게 세상을 미끄러져 나갈 수 있을 듯하지만,아차 하는 순간 넘어져서 치유할 수 없는 타박상을 입기 일쑤인 것이다.
사람들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설거지와 빨래를 하는 일,책 한권을 읽는 일과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의 충만함.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그렇게 사소한 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동시에 모든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고통을느끼는 사람이 아닐까? 깊은 밤 잡아 탄 모범택시 운전기사 아저씨가 딸의 카드 빚에 대하여,한번도 본 적 없는 손님인 내게 한없이 사연을 늘어놓는다.깊은 밤 문득 내 속까지 타드는 듯하다.
황 주 리 화가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리의 유일한 낙이라면 정말 딱한 일이 아닌가? 아무리 내 자식이라 해도 부모와 너무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의 언어는 날이 갈수록 낯설기만 하다.가족들과 떨어져 고즈넉한 밤 시간에 컴퓨터 앞에 혼자 앉으면,들어오라고 클릭하라고 속삭이는 그 많은 접속의 유혹.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으려는 이 시대의 고독은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너무 멀리 와버린 것만 같다.외로움을 떨쳐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스포츠에 심취하는 일일 것이다.골프처럼 돈 드는 운동이 아니라도 산에 오르거나 그저 걷기만으로도 우리는 잠시 즐거워질 수 있다.
내 삶의 낙 중의 하나 또한 무조건 걷는 것이다.집 뒷길을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뒷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집에 도착하면 딱 한 시간 걸리는 코스이다.담배와 술과 인터넷 채팅과 로또 복권 사기가 다 중독이라면 매일 걷기 또한 굉장한 중독 증세를 수반한다.소설 ‘좀머씨 이야기’는 걷는 일을 멈추지 않는 현대인의 강박 증세를 상징적으로 다루고 있다.하지만 문자 그대로의 걷는 일에 관한 한 나 또한 좀머씨에 뒤지지 않는다.
어떤 날씨 좋은 날은 무작정 하루 온종일 걷기도 한다.그러다가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고 공원이나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꾼다.얼마나 신이 날까? 이 따분한 세상에서 스르르 미끄러지는 운동화를 신고 달려가는 기분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더구나 걷기 예찬자인 나로서는 바퀴 달린 운동화의 존재가 여간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90년대 초 뉴욕 허드슨 강변에 살고 있던 나는 강변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넘어져서 크게 다칠 것 같은 두려운 마음에,내 삶의 바퀴 달린 운동화는또다시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어디 그런 일이 하나 둘이랴? 마음은 굴뚝같지만 결국 하지 못하고 마는 세상의 많은 일들.칠십이 넘은 노인들이 바퀴 달린 운동화를 타고 새벽 공원을 질주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
생각하면 별로 많지도 않은 나이에 나는 너무 무서운 게 많은 건 아닐까? 실제로 신고 달리는 운동화가 아니더라도,사실 우리는 발이 아니라 생각에 바퀴를 달고 살아간다.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일이 지겹고 따분해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유일한 물건인 청춘을 카드 빚과 바꾸기도 한다.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은 우리의 생각은 그렇게 기분 좋게 세상을 미끄러져 나갈 수 있을 듯하지만,아차 하는 순간 넘어져서 치유할 수 없는 타박상을 입기 일쑤인 것이다.
사람들은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설거지와 빨래를 하는 일,책 한권을 읽는 일과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의 충만함.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그렇게 사소한 일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동시에 모든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고통을느끼는 사람이 아닐까? 깊은 밤 잡아 탄 모범택시 운전기사 아저씨가 딸의 카드 빚에 대하여,한번도 본 적 없는 손님인 내게 한없이 사연을 늘어놓는다.깊은 밤 문득 내 속까지 타드는 듯하다.
황 주 리 화가
2003-05-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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