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건강한 시민의식

[열린세상] 건강한 시민의식

박우서 기자 기자
입력 2003-05-08 00:00
수정 200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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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 접속 변화 실감

노무현 대통령은 그의 통치이념을 ‘참여정부’로 정하였다.시민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과정에 시민참여가 배제되어 왔었던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라고 하면 서민으로서는 거의 접근이 불가능하게만 생각되어 왔던 곳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때에 이르러 청와대 앞을 승용차로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며 반기던 기억이 엊그제 같았다.

그런데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청와대 홈페이지에 자연스럽게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정말 “오래 살고 봐야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청와대 뉴스’,‘노무현 대통령’,‘청와대 산책’,‘노하우’등의 방이 만들어져 있어 청와대 내의 새로운 소식부터 시민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있다.자유게시판이란 곳을 둘러보았다.애절하게 ‘운전면허 사면’을 간청하는 목소리부터 “우리나라 큰일 났네요.”라며 이라크 파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삼고초려’라는 방에는 고위직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는 방도 마련되어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건전한 시민의식에 근거하여 고위공직자 후보를 추천한 경우라면 바람직스럽다.

반대로 무책임하게 후보추천을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그러면 후보 선발과정에 옥석을 구분하느라 담당자들이 얼마나 애를 먹을 것인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신 있는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경우는 건전한 시민의 소리를 듣게 해주어 국정운영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 구제를 바라는 경우라든지,원색적인 언어의 폭력을 행사한다든지,무고한 사람을 고발하는 등의 행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처사이다.

개인의 딱한 사정이지만 국정운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들에게 시간을 허비하게 해야 하며,얼굴 없는 언어의 폭력으로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며,나아가 무고한 사람을 난처한 입장에 빠뜨리게 하여 사회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건강한 시민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건전한 시민의식의 기초위에 건강한 시민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건전한 시민의식이란 어떤 것일까?

오래전 유학시절의 이야기이다.외국인 부인을 둔 고교동창생과 같이 친구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리 내외는 한적한 시골로 여행을 떠났다.오랜만에 하는 여행이라 기대감도 컸다.마침 연휴기간이라 우리처럼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고속도로의 정체가 상당히 심했다.

더운 여름이었기에 출발 당시의 들뜬 기분보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과정에 짜증이 나기 시작할 즈음이었다.앞서가던 차량 두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그러지 않아도 밀리는 터에 교통사고까지 났으니 더 밀릴 것은 분명해졌다.

사고차량 두 대가 갓길로 빠져나가기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는데,친구 부인 역시 차를 갓길로 빼는 것이 아닌가? 그러지 않아도 일정이 늦었던 터라 남편인 친구가 부인에게 “왜차를 빼는 거요.”라고 물었다.

그런데도 부인은 차분히 차를 몰아 사고차량 뒤에 주차하면서 대답하였다.“교통사고시 목격자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피해차량 운전자에게 전해 주는 것이 의무예요.”뒷자리에 앉은 우리 내외는 큰 충격을 받았다.우리 같으면 늦었기 때문에 빨리 가기를 선택할 터인데,오히려 ‘이들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질서 유지에 의무감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탄복하였다.

그렇다.건강한 시민사회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사회질서 유지에 책임감을 느낄 때만이 가능하다.우리도 속히 건전한 시민의식이 보편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 우 서 연세대교수 도시계획학
2003-05-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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