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男女女] 장관님, 미인이시네요

[男男女女] 장관님, 미인이시네요

윤창수 기자 기자
입력 2003-04-02 00:00
수정 200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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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이십니다.”

장관으로 임명돼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들은 인사말이 이렇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지난 정권에서 ‘우등생’이었던 두 여성 장관은 위와 같은 인사말을 종종 들었다.기자는 한명숙 전 여성부 장관이 2001년 미국에서 열린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가했을 때 동행취재한 경험이 있다.장관으로 임명된 지 한달 정도 지난 신임 장관은 세계 각국의 여성계 인사들과 뉴욕의 특파원,교포 등을 열심히 만났다.

한 장관이 한국 언론사의 뉴욕 특파원들과 만났을 때 남성 기자들의 첫 인사말은 “미인이십니다.”였다.한 장관은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는지 특별한 대꾸없이 웃으며 지나갔던 것으로 기억난다.

역대 최장수 여성 장관이란 기록을 남긴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한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다.역시 남성 사회자는 첫 마디로 김 전 장관에게 “미인이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김 전 장관 또한 별다른 대답없이 약간은 어색하게 다음 대화로 넘어갔던 것 같다.여성 장관들은 미인이라는 인사말에 대개 무색해했다.

남성장관을 처음 만났을 때 “참 미남이시네요.”와 같은 인사말을 하는 경우를 들어본 적은 없다.외모에 대한 평은 비록 좋은 뜻에서 하는 말일지라도 공식 석상에서 장관을 두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칭찬에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모에 대한 인사말에 대개는 쑥스러워하고 이는 두 여성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관심이 많은 한 남성 공기업 사장을 만났을 때 위와 같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그는 “아직 여성 장관이 낯설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외모에 대한 인사말을 건네는 이들은 분명히 장관이 여성임을 인식하고 말을 하는 것이다.하지만 미인이라는 말이 상대방을 어떤 기분에 빠뜨릴지는 생각을 안하는 듯하다.

새 정권에는 여성 장관이 지난 정권의 딱 두 배인 4명이나 된다.이들이 오랫동안 장관직에 머무르며 좋은 평가를 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제는 여성 장관이 미인이고 아니고를 떠나 장관으로 대접받고 인정받을 때가 아닌가 싶다.물론 이미 그렇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 장관들 주변에는 그들의 옷차림이나 사소한 행동거지를 놓고 물고 늘어지는 시선과 말들이 있다.여성이 껄끄럽게 느끼는 상황은 남성도 무신경하게 넘어가지 않고 상대방이 불편해 함을 알면 좋겠다.

여성 장관이 앞에 붙은 ‘여성’이란 말을 떼고 열심히 일할 수 있고,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기에 훨씬 좋은 분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윤창수기자 geo@
2003-04-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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