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골품제’ 학 벌...학벌차별 경험” 34% “취업때 불이익” 30%

현대판 ‘골품제’ 학 벌...학벌차별 경험” 34% “취업때 불이익” 30%

입력 2003-03-11 00:00
수정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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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22일 국무회의에서 당시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왕따’를 당했다.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제기했던 ‘입사 서류의 학력란 폐지’라는 내용을 담은 학벌타파 정책을 안건으로 올렸기 때문이다.일부 경제 관료들은 “잘못된 학벌문화는 타파돼야 하지만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대학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결국 한 부총리는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학벌타파에 대한 결실을 보지 못한 채 국무회의가 있은 지 꼭 1주일 만에 경질됐다.

우리 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학벌 문화는 심각하다.실제 입시성적-우수학생-명문대생-엘리트로 이어지는 사회적 연결고리는 학벌을 형성,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부와 명예와 권력을 독점하는 매개체 역할을 맡는다.때문에 학벌은 스스로 ‘괴물’이 돼 하나의 신분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대한매일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에 의뢰,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학벌에 대한 여론’을 전화 조사한 결과,전체의75.0%가 학벌에 따른 차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학벌과 관련,1000명 이상의 표집을 통해 조사하기는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학벌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는 전체의 34.6%로 3명중 1명 꼴이나 됐다.

학벌 차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36.0%가 매우 심각,39.0%는 약간 심각하다고 밝혔다.연령별로는 30대가 79.2%,40대가 79.0%,소득별로는 월 3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이 83.5%,학력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이 82.4%로 가장 높았다.직업에서는 화이트칼라 82.1%·학생 80.6%·공무원 80.4%의 순이다.

더욱이 학벌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활발한 직장생활을 하는 40대가 40.6%로 가장 많았다.소득에서는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 37.5%,학력에서는 중졸 이하의 저학력층에서 41.3%로 높게 나타났다.저소득층·저학력층일수록 더 많이 학벌의 벽에 부딪힌 셈이다.직업에서는 블루칼라 48.1%,서비스·판매종사자 45.3%,화이트칼라 44.0%가 학벌에 따른 불이익을 받았다.

또 학벌에 따른 차별은 취업에서 30.1%,임금에서 20.5%,승진에서 18.3% 등으로 조사된 가운데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했다는 응답도 무려 28.6%나 됐다.

학벌의 문제점으로는 천문학적 사교육비의 증가 35.9%,공교육 붕괴 19.4%,공직자·사회 지도층의 명문대 출신 독점 13.9% 등을 꼽았다.학벌을 형성,사회지도층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자한다는 것이다.입시제도의 지나친 변경이나 혼란은 12.5%,조기유학은 3.5%였다.

학벌을 부추기는 요인은 일류대 위주의 취업구조가 26.0%,학벌중심의 평가가 24.8%,학력간 임금격차가 15.5%,학벌에 따른 인맥형성이 10.5%로 집계됐다.

명문대 중심의 언론보도도 9.7%에 이른다.

박홍기 김재천기자 hkpark@
2003-03-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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