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했을 때다.전임자의 백악관 출입증 반납과 함께 신청 서류를 낸 지 한달 여만에 출입증을 교부받았다.다시 의회 출입증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내러 갔다.한국처럼 국회 사무처 소속 한 부서이겠지 하고 찾아 갔지만 그곳은 의외로 ‘상원 기자실’(Senate Gallery)이었다.상원 본회의장 맨 위층인 3층의 좁은 회랑 같은 곳이었다.출입증 발급자는 기자들에 의해 선출되는 상원기자실 대표였다.
미 국무부·국방부 출입증은 일정 기간 출입 실적이 쌓이지 않으면 발급되지 않는다.그래서 매일 출입이 어려울 경우 의회 출입증을 제시하면 1일 패스를 즉석에서 발급해준다.미 행정부 거의 모든 부처는 기자 신분만 확인되면 브리핑 룸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청와대 출입을 했을 때는 출입증을 받기까지 2개월쯤 걸렸던 것 같다.당시 청와대는 해당 언론사로부터 복수 후보를 신청받아 ‘사돈의 팔촌’까지 신원조회를 한 뒤 출입증을 주었다.청와대출입증을 받기가 백악관 출입증보다 훨씬 까다로웠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출입제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기자 출입을 기존의 신문·방송뿐만 아니라 잡지,인터넷 신문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 매체에 개방하고,철저한 브리핑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언론자유가 정착된 미국의 브리핑 제도에 비추어 이 같은 방향은 바람직하고,또 그렇게 가야 한다.한국 언론의 출입처 기자실의 폐쇄성 등은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2년전 인천공항 기자실 간사가 취재차 들렀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기자를 쫓아낸 사건은 출입기자단-기자실의 폐쇄성이 낳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자실 브리핑제도를 활성화하는 대신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개별 취재는 되도록 제한한다.대변인실을 통해 면담을 미리 약속해야 하고,이 경우에도 기자들이 비서관 방으로 가지 않고 해당 비서관이 기자실로 와서 취재에 응하도록 한다.마치 병영에 가서 면회하는 형식이니 취재원과 기자의 만남이 감시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벌써부터 기자들 사이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니라 춘추관 출입기자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일반 방문객은 면회 신청해서 비서관들을 만나는데 정작 출입기자는 춘추관 밖을 떠나지 못하게 됐으니 그 말도 나올 만하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전 비서관들과 워크숍을 한 뒤 포장마차에서 뒤풀이를 하면서 “기자들에게 술 사주고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권언(權言)유착의 청산을 강조했다고 했다.그러면서도 “기자들과 꼭 양주를 먹어야 하느냐,소주를 마시면 안 되느냐.”고 했고,이에 한 참석자가 “오십세주(소주와 백세주를 섞어 소주보다는 값이 조금 비싸다.)는 안 되느냐?”고 하자 “괜찮겠지.”라고 했다고 한다.
마치 노 대통령의 ‘대 언론 가이드 라인’을 시사하는 것 같다.기자들과 취재원 간에는 ‘가까워도 멀어도 안된다.’는 금언이 있다.그래서 밥을 먹어도 늘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이다.취재원들은 취재에 응하면서 정책의 문제점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기자들은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정책입안의 배경을 이해하면서 당초의 기사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의언론 인식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보기에 따라서는 편견이나 분노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조간신문 가판 구독 금지 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국무회의 대화내용의 공개 검토 등도 좋지만 토론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그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직업인들이기 때문이다.청와대기자실의 운영 모델이 일반 부처 기자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은 분명 위축될 것이다.
논설위원실장 khlee@
미 국무부·국방부 출입증은 일정 기간 출입 실적이 쌓이지 않으면 발급되지 않는다.그래서 매일 출입이 어려울 경우 의회 출입증을 제시하면 1일 패스를 즉석에서 발급해준다.미 행정부 거의 모든 부처는 기자 신분만 확인되면 브리핑 룸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청와대 출입을 했을 때는 출입증을 받기까지 2개월쯤 걸렸던 것 같다.당시 청와대는 해당 언론사로부터 복수 후보를 신청받아 ‘사돈의 팔촌’까지 신원조회를 한 뒤 출입증을 주었다.청와대출입증을 받기가 백악관 출입증보다 훨씬 까다로웠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출입제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기자 출입을 기존의 신문·방송뿐만 아니라 잡지,인터넷 신문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 매체에 개방하고,철저한 브리핑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언론자유가 정착된 미국의 브리핑 제도에 비추어 이 같은 방향은 바람직하고,또 그렇게 가야 한다.한국 언론의 출입처 기자실의 폐쇄성 등은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2년전 인천공항 기자실 간사가 취재차 들렀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기자를 쫓아낸 사건은 출입기자단-기자실의 폐쇄성이 낳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자실 브리핑제도를 활성화하는 대신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개별 취재는 되도록 제한한다.대변인실을 통해 면담을 미리 약속해야 하고,이 경우에도 기자들이 비서관 방으로 가지 않고 해당 비서관이 기자실로 와서 취재에 응하도록 한다.마치 병영에 가서 면회하는 형식이니 취재원과 기자의 만남이 감시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벌써부터 기자들 사이에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니라 춘추관 출입기자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웃어 넘길 일이 아니다.일반 방문객은 면회 신청해서 비서관들을 만나는데 정작 출입기자는 춘추관 밖을 떠나지 못하게 됐으니 그 말도 나올 만하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전 비서관들과 워크숍을 한 뒤 포장마차에서 뒤풀이를 하면서 “기자들에게 술 사주고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권언(權言)유착의 청산을 강조했다고 했다.그러면서도 “기자들과 꼭 양주를 먹어야 하느냐,소주를 마시면 안 되느냐.”고 했고,이에 한 참석자가 “오십세주(소주와 백세주를 섞어 소주보다는 값이 조금 비싸다.)는 안 되느냐?”고 하자 “괜찮겠지.”라고 했다고 한다.
마치 노 대통령의 ‘대 언론 가이드 라인’을 시사하는 것 같다.기자들과 취재원 간에는 ‘가까워도 멀어도 안된다.’는 금언이 있다.그래서 밥을 먹어도 늘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이다.취재원들은 취재에 응하면서 정책의 문제점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기자들은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정책입안의 배경을 이해하면서 당초의 기사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의언론 인식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보기에 따라서는 편견이나 분노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조간신문 가판 구독 금지 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국무회의 대화내용의 공개 검토 등도 좋지만 토론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그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일선에서 뛰어야 하는 직업인들이기 때문이다.청와대기자실의 운영 모델이 일반 부처 기자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은 분명 위축될 것이다.
논설위원실장 khlee@
2003-03-06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