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많고 독특한 삶 토속적 문체에 녹여/25일 별세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세계

굴곡많고 독특한 삶 토속적 문체에 녹여/25일 별세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세계

입력 2003-02-27 00:00
수정 2003-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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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난다지만 어떤 작품도 작가의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이런 의미에서 지난 25일 밤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가 겪은 다채롭고 독특한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41년 농촌(충북 보령 관촌부락) 출생,좌익 활동하던 아버지의 전사(戰死)라는 쓴 기억을 남긴 한국 전쟁,서울서 맛본 도시빈민의 삶,그리고 작가와 문예지 편집인으로서 독재에 항거하다 받은 탄압 등.이처럼 굴곡 많은 그의 ‘고난의 연대’는 필연적으로‘이문구적 세계관’을 낳았고 이는 문학에 결정적 그림자를 드리웠다.

먼저,그의 대표작인 ‘관촌수필’ 연작(77)은 그의 성장사를 그린 것이자 정신적 고향인 농촌 공동체가 근대의 얼굴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촌수필’ 연작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이문구의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이문구=토속어’라는 등식을 낳은 우리말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었다.또 소설가 송기숙이 “시골 밭둑의 싱싱한 수풀 같은 문체”라고 칭찬한 매력적인 문체가 빛나는 것도 이 작품.그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충청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구어와 속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우리 말의 보물 창고’로 자리잡았다.

이문구의 다른 대표작으로 꼽는 것은 ‘우리 동네’ 연작(81).그는 자신의 귀농 체험을 바탕으로 근대화 이후 일그러진 농촌의 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특히 숱한 통계자료를 동원해 농촌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리얼리즘 문학의 대계를 잇는 데 큰 몫을 했다.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로도 향했다.첫 장편 ‘장한몽’(71)을 통해 근대화·산업화·도시화의 격랑에 휩쓸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 혹은 정신적 뿌리를 잃은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되살려내고 있다.이 작품 역시 공사장을 전전하면서 체득한 밑바닥 인생의 한과 울분을 생생하게 형상화했다.

그는 또 문학이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몸으로 옮긴 대표적 현실 참여 문인이었다.암울했던 70년대 ‘실천문학’편집위원(74),‘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발기인 및 실무간사로 5년 동안 활동하면서 권력의 감시를 받았고,80년엔 정치활동규제자로 수난받았다.이어 84년부터 4년 동안 실천문학사 발행인으로 활동했고 민족작가회의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뒤 99년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맡았다.

정치적 탄압에 대한 충격이었을까?80년대 들어선 작품활동이 뜸하다 간헐적으로 동시를 발표했다.89년 요양차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산너머 남촌’(90),역사 장편소설 ‘매월당 김시습’(92) 등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고,2000년 ‘내 몸은 너무 오래 서있거나 걸어왔다’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고인의 넓은 인품을 기리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문인협회,펜클럽한국본부 등 문인단체들은 장례위원회를 구성,28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문인장으로 영결식을 치르기로 했다.(02)76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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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기자 vielee@
2003-02-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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